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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따뜻하게 보낸 어느 주말
주말을 고향에서 보냈다. 친구의 49재를 지냈고 가족들과 마음 속 이야기를 나눴다. 삶의 무게에 힘겨워하는 친구를 만나기도 했다. 토요일 아침 6시 30분에 집을 나섬으로 시작된 주말 일정은, 일요일 늦은 밤이 되어서야 끝났다. 만남과 대화로 채워진 주말, 의미와 보람으로 가득 찬 주말이었다. 1. 토요일이 친구의 49재였다. 대구 시외의 어느 절에 유명을 달리한 친구의 가족과 친구들이 모였다. 산 자들과의 만남이 반가웠고, 죽은 이와의 이별이 슬펐다. 49개가 진행되는 내내 눈물을 흘렸던 건 아니다. 눈물은 낯선 의식에서보다는 익숙한 일상에서 더욱 자주 나는 법. 참석한 이들은 스님과 함께 기도문을 읽기도 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오방내외 안위 제신진언 나무 사만다 못다남 옴도로 도로 지미사바하” 뜻 모를 음을 따..추천 -
[비공개] 일상경영을 위한 3가지 원칙
1. 버려야 하는 물건들을 안고 사는 것은 게으름이다. 제때 정리정돈을 하지 않거나, 버리기를 미뤄왔기 때문이다. 단순히 물건 버리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정리정돈을 잘하지 못하는이들 중 상당수가 자기삶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일에도 게으르다. 물건 정리정돈과 삶의 성찰 사이에는 비례관계는 아닐지라도 어떠한 연관 관계가 있을 것이다.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그렇듯이공간 또한삶에영향을 미친다. 생각보다 크고 폭넓게. 그러니 버릴 물건을 안고 사는 건 어리석음이다. 중요한 영향력을 무시하는 어리석음. 사람들은어리석다는말에 발끈하지만, 나는 그런 반응이 놀랍다. 그럼 자기가 어리석지 않다는 말인가. 누구나 어리석음과 지혜를 모두 가졌음을 감안하면, 놀랄 필요까지야. 누구나제한적인 지식과 치우친 관점을 가졌다. 알아야 할 ..추천 -
[비공개] 의지할 지혜, 의욕상실 & 우정들
1.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문득 기억났다.어제 교보문고에서책 한 권을 지나치듯 펼쳤었고, 거기에 스치듯 보았던 구절이다.내용은 가물가물. 화보집에 가까울 만큼 사진이 많은 책이었는데, 제목도 가물가물. 교황 관련서가 봇물처럼 쏟아졌으니 머잖아 반값 할인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구입은 하지 않았다. 이렇게 도서 구매욕을 자제하지 않으면 몇달 새 아니 몇 주 만에라도 나는 거덜나고 말 것이다. 교황의 책을 뒤적였던 건, 프란치스코 교황이 궁금했던 게 아니라, 붙잡고 살아갈지혜가 필요했던 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가물했던 말씀이 기억났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를 따르지만 일반 사람들은 양심을 따릅니다" 그 분의관용이 느껴진다. "하나님은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는 이들을 사랑하십니다." 의로운 삶! 나도 그리 살고 싶다...추천 -
[비공개] 구이지학에 머문 사람들에게
어느 여대생이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해”라고 말했다. 그녀는 군대를 다녀온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를 두고 둘의 인생과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하여 비교하여 말한 걸까? 아닐 것이다. 다음과 같은 상상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언젠가 술자리에서 복학생 선배의 군대 개똥철학을 들었다. 그리고는 잊었다. 다른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가 나왔다. 문득 선배에게 들은 군대론이 떠올랐다. 자기도 모르게 복학생에게 들은 입대 당위론을 펼친다. 젊은 날의 대화라면 괜찮지만 인문학을 이렇게 공부하는 건 아쉽다. 구이지학(口耳之學)을 이룰 뿐이다. 구이지학이란 “귀로 들은 것을 그대로 남에게 이야기하는, 조금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학문”을 뜻한다. 생각하지 않으니 깊어질리 없다. 생각하지 않았으니, 실천과도 멀어진다. 구이..추천 -
[비공개] 나의 초상 (8)
1. 외눈박이 거인족 퀴클롭스의 나라에 도착한 오디세우스 일행은 폴리페모스라는 거인의 동굴에 갇힌다. 오디세우스는 기지를 발휘해 폴리페모스의 눈을 찔러 부상을 입히고 동굴을 탈출한다. 배를 타고 떠나면서 오디세우스는 눈을 잃은 거인을 향해 득의양양하게 외쳤다. "왜 눈이 멀게 되었는지 누군가가 묻거든 그대를 눈멀게 한 것은 이타카에 살고 있는 도시의 파괴자 오디세우스라고 말하시오." '도시의 파괴자'라는 말을 오디세우스는 좋아했다. 트로이 전쟁에서 트로이를 파괴한 것이야말로 그의 삶의 가장 빛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도시의 파괴자'야말로 그를 그답게 만드는 말이었다. 나를 제대로 소개해 주는 말은 무엇일까? - 나의 사명은 실용적 글쓰기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행하고 그리고 사랑하..추천 -
[비공개] 사는 게 힘들다고 해서
1. 후배가 아내의산후 우울증에 대한고민을 털어왔다.그와 아내 모두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 셋이서 만났다. 나는 이것저것을 물었고, 그녀는 아이 키우는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루 24시간 내내 긴장하고 있어야 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이야기의 마무리는 다른 분위기로 맺었다. "그래도 좋을 때도 많아요." 힘들다고 말하다 보니 아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좋을 때가 많은 게사실이기도 해서 꺼낸 말일 터. "이해인 수녀님셨나. 이런 말을 하셨어.사는 게힘들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행복하다고 해서 힘든 일이 없는 것도아니고요. 네가 그리말해도 한쪽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니 염려하지 마셔."힘든 게있으면 더욱 털어놓기를 바라는 마음,털어놓고서괜히 후회스러우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꺼낸 말이었다.내 말..추천 -
[비공개] 집안일 3종 세트와 맞바꾼 것
올해 안으로 독립하는 게 내 목표야. 그녀가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직 무언가를 실행한 눈치는 아니었다. 언제까지 부모님 댁에서 분가할 것인지,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부모님 댁과의 거리나 얼마나 떨어져 있기를 바라는지, 살려는 동네의 매물은 잘 나오는지, 요즘 시세는 얼마인지 등에 대해서 궁금했다. 나는 느긋하게 하나씩 물었다. 생각은 속사포 같더라도, 대화는 테니스 랠리를 펼치듯 질문과 답변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것이니까. 그녀는 내가 오랫동안 혼자 살아왔음을 안다. 요즘 월세는 얼마나 해? 대답하기 힘든 물음이었다. 그거야 동네마다 다르지. 어디에 살고 싶은데? 친구는 내 답변 속에서 자신의 물음이 엉성하다는 것을 눈치 채 바로 말을 받았다. 아직 그걸 결정 못했어. 얼마큼 떨어져 살고 싶은 지부터 생각해 봐야겠네...추천 -
[비공개] 주위를 둘러보니
1.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사는 공간이 보인다. 잠실 사무실을 얼마 전에 동교동으로 옮겼다. 친구가 세상을 떠난 사건과 맞물려 아쉬움과 설렘은 맛보지 못했다. 떠나는 아쉬움과 새로운 주거지를 향한 설렘 없이 지내왔다. 이곳은 사무실이 아닌 작업실로 부르기로 했다. 사람들과 함께 회의하고 수업하는 일보다는 홀로 글을 쓰고 공부하는 곳으로 바꾸자는 생각으로평수를 좁혀서 이전했던 것이니까.작업실은 곧 주거공간이기도 하다. 더 많은 살림들이 양평 집에 있지만, 거주하는 곳은 이제동교동 작업실이다. 다시 시선을 둘린다.낡은 소파베드가 놓였고,자주 나를 유혹하는 와인셀러와 와인잔들도 한쪽을 차지했다. 이 작은 공간을 가장 많이 점거한 놈들은 책이다. 책장에 약 700권이 꽂혔고몇 권은 책 상과 소파 옆에놓였다.에어컨이 숨소리를 ..추천 -
[비공개] 피곤함, 인간관계 & 프루스트
1. 자주 피곤함을 느낀다. 행복을 요리하는 중이라면, 최고의 재료는 '건강'일 것이다. (재료가 있을 때엔 모른다. 그것이 얼마나 필수적인 요소인지를.) 먹거리에 늘 신경 쓰는 편인데... 무엇이 문제일까?아니, 문제는 없을지도! 체력이 부치는 건, 여름을 나는 중이거나 내가 5년 전보다 나이를 먹은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현상을 인지했으니,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일주일에 한 번씩 삼계탕이라도 먹을까 보다. 피곤함의 증거 : 잠들기 전 하던 잠깐의 운동도 거르게 된다, 낮잠 시간이 길어졌다. 나름의 해결책 : 주 1회보양식 먹기, 8월 동안 칼로리 섭취 늘리기, (실험삼아) 운동량도 늘리기. 2. '인간관계너비를 늘리고, 깊이를 더하자.' 요즘의화두다. 올 한 해 새롭게 만난 사람이 있나, 하고 생각했는데, 떠오르는 얼굴이 없다. 업무 관계로 만난 마이..추천 -
[비공개] 인간적이고 행복한 그리고...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를 읽다보니 종종 그가 떠올랐다. 서민들과 가장 많은 사진을 찍은 대통령 또는 가장 다양한 포즈를 취한 대통령을 꼽는다면 그가 1등이지 않을까? 어젯밤 그의 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1시간은 족히 보는 동안, 그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의롭고 따뜻하게, 무엇보다 인간적으로! 멀리서라도 뵌 적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잠깐 뒷모습이라도 뵙고 싶다. 저토록 인간적인 대통령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너무나 인간적인 대통령] http://www.youtube.com/watch?v=UGZ74tUrR0w 내 감성 탓인지, 그리움 탓인지, 밤이어서인지... 그도 그립다. 근사한 목소리, 그윽한 눈빛, 행복한 미소를 3중주로 수업을 진행하던 모습도 떠올랐고, 함께 유럽으로, 뉴질랜드로 여행을 떠났던 시간들이 눈물 나도록 그리웠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