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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2016년 11월 12일 촛불집회
퇴근후 망설이다을지로입구에서 내렸다.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살면서 내내 후회할 것 같아서... 소심한 나는 시청에서내릴 자신까지는없어서 을지로입구에 내렸는데 이미 롯데백화점 옆 도로까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있었다. 오후 4시가 채 안 된 시간. 놀라웠다. 그리고 무서웠다. 곱게 물든 단풍 아래 모여앉은 사람들. 이 사람들이 다른 이유로 이곳에 모인거라면얼마나 좋을까...싶어 안타까웠다. 그러나 안타까워 하기에는 사람들의 표정은어둡지 않았다. 희망찼고, 결의에 찼고, 그리고 반짝거렸다. 온 가족이 손을 잡고앉아 바람이 닿기를 희망하는 눈빛. 그리고 닿을거라고 확신하는 눈빛.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단 한 가지 이유로 모였다는게 믿어지지 않았다. 국민 모두가이렇게 필사적으로거대하게, 간곡하게 평화적으로, 엄중..추천 -
[비공개] 연극 <두 개의 방> - 2016.10.22. PM 7:0..
일시 : 2016.10.20.~ 2016.11.13.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극본 :리 블레싱 (Lee Blessing) 번역, 연출 : 이인수 무대 : 여신동 출연: 전수지(레이니), 이승주 (마이클), 배해선 (앨렌), 이태구 (워커) 제작 : 예술의 전당, 노네임씨어터 무겁고 처절한 작품이다. 보는 내내 마음 아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다. 내가 모르는 고통이고, 앞으로도 결코 내가 모를 고통. 하지만 지금도 중동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만 하는 현실 속 이야기. 하필이면 이런 때 이런 연극이라니... 또 다시 이 질문과 대면할 수밖에 없다. 국가는 개인에게 어떤 존재인가! 국가의 잘못을 왜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가!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 기다리세요. 대중 앞에나서는..추천 -
[비공개] 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됐다. 헐을 넘어할(割)이다. 트럼프의 공약과 선거때의 언급들을 보면 대한민국에 우호적이지 않다는게 자명한데 대한민국 정치판이 또 어떻게 휘둘릴지 걱정이다. (나 정말 이런거 걱정하는 사람도, 궁금해하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힐러리도, 트럼프도 다 싫지만 그래도 도덕적으로 특히나성적으로 더 낳은 사람이 되길 바랬다. 거침없이 내뱉던 트럼프의저급한 말들이풍선처럼 떠다닌다. 박근혜가 트럼프 당선에 큰 몫을 했다는 말은 우스개소리만은 아니다. "여자가 대통령이 되면 대한민국처럼 된다!" 창피하게도반박할 말이 없다. 대한민국 안보는 대한민국이 책임져라! (맞는 말인데...) 아니면 우리한데 돈을 더 내던가! (엄청난 금액이던데....) 그런데 솔직히 트럼프가 부럽다. 아예 처음부터 거침없이 말했으니까. 적..추천 -
[비공개]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 2016.10.22...
일시 : 2016.10.11.~ 2016.10.23.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극본,작사: 장성희 작곡, 편곡: 민찬홍 각색,연출 : 이지나 안무 : 김혜림, 김소희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김선영 (명성황후) /박영수, 이창엽(고종) /정원영, 김태훈 (휘) / 조풍래 (민영익),금승훈 (대원군) 이혜수(선화), 김도빈(김옥균)외 서울예술단 단원 제작 : 서울예술단 차지연이 임신을 하면서 에 살짝 긴장감이 돌았겠다 싶긴한데 그 자리를 채울 배우로김선영과 조정은을 예상했다. 그러다 조정은의 차기작이몬테크리스토라는 기사를 보고 김선영이 하겠구나 생각했는데 그대로 됐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여자 뮤지컬 배우라 출산으로 잠시 무대를 떠났던 김선영의 복귀가 반가웠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었는데...) 가장 사랑받는 서울예술단 레파토리를 꼽으라면, 아마도 , , 이 ..추천 -
[비공개] 자그레브 아니 크로아티아를 떠나며...
돌라체 시장을 둘러본 뒤, 혼자 걸으며조용히 크로아티아와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른 아침이라거리에 사람들은거의 없었고 이제 막 깨어나려는 아침은조금씩 말갛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당히 상쾌하고, 또 정당히 화사한 모습. 아침 시장에서 산신선한 체리를입 속에 넣었다. 달콤한 과육이 입 안에 가득찼다. 아마도 이 맛은 오래오래 기억될것 같다. 그 선명한 빨간색과 달콤한 과육의 향이라니... 이제다시 이 체리를먹을 일이없겠다 생각하니서운하기까지 했다. 이 길 저 길 트램길도 무작정 따라가보고, 지나가는 트램을 향해손도 흔들고, (트램의 승객들이 아침부터 저 여잔 뭐지했을지도...) 그러다 아이의 시선으로 눈높이를 낮춘 아빠의 미소에 멈춰섰다. 나란히 마주한 두 사람의 표정은 아침햇살속에서 빛보다 더 눈부시게 빛났..추천 -
[비공개] 다시 자그레브 - 돌라체 시장
두브로브니크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자그레브에 도착하니 새벽 6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는데 그야말로 조~~~용하더라. 두브라카에서 아침으로 먹을 차아바타 샌드위치를 사서 트랩에 올랐다. 샌드위치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두브라카에서 샀던 빵들이 다 맛있었고 이 샌드위치도 그래보여서 샀는데 안에 하몽이 들어있었던게함정이었다. 예전에 스페인 여행때도 절감했는데 하몽은... 내 입맛에 많이... 결국 몇 입 못 먹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잘 보고 샀어야 했는데 크로아티아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그렇게 허망하게 끝이 났다. 버스터미널에 있는 유료짐보관소에서 4유로에캐리어를 맡기고 6번 트램을탔다. 짐없이 트램에 오르니 몸이 가뿐하다. 지난번엔 정신이 없어서레누치의 푸른 말발굽이라는 도니 그라드도제대..추천 -
[비공개] 두브로브니크를 떠나며...
두브로브니크를 떠나는 날.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오래 고민했던건 마지막 일정이었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면 자그레브까지 가야 하는데 두브로브니크에서 자그레브까지 어떤 방법으로 갈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비행기를 탈 것인가 아니면 9시간 걸리는 야간버스를 탈 것인가를 두고 고민하다 주위의 만류를 뒤로 하고 선택한건 밤 9시에 출발하는 야간버스였다. 이유는 딱 하나. 아침 일찍 열리는 돌라체 시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결론적으로 선택은 옳았다. 덕분에 두브로브니크이 밤을 세 번이나 지켜볼 수 있어서 그것도 좋았다. 밤 9시 야간버스를 타기 전에 마지막으로 둘러본 두브로브니크. 작은 교회를 들어갔는데 의자가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봤던 긴의자가 아니라 예전 초등학교때 사용했던 나무의자가 가지런히 놓여있었..추천 -
[비공개] 두브로브니크 - 바빈 쿡(Babin Kuk) 2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같은 세상. 비겁하지만나는 추억 속으로 숨기로 했다. 지난 여행을복기(復記)하다보면 적어도 웃을 수 있는 순간과 만날 수 있으니까. 사실이 복기가 끝나지 않았으면 싶다. 하지만끝이 보인다. 탐독(耽讀)도, 복기(復記)도 끝장나버리면... 아무래도 제 3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물과 나무 그리고 길. 바빈 쿡은 걷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햇빛과 바람길을 따라 수시로달라지는 물빛. 그걸 사진으로 담는다는건, 그래어리석은 짓이다. 게다가 이렇게 작렬하는 태양과 정면승부를 해야한다면 완패는 뻔한 일이다. 하지만괜찮다. 머릿속에 선명히 찍어놨으니까. 물 속에 먼저 들어간 여자는 남자를 향해빨리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망설이나 싶던 남자가이내 물 속으로 다이빙을 한다. 물에 들어감고 동시에 ..추천 -
[비공개] 두브로브니크 - 바빈 쿡(Babin Kuk) 1
생각해보니 두브로브니크 카드는 샀는데 그 안에 있는 교통카드를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개통 후 24hr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인데그대로 날려버리는게 아무래도 아닌것 같다. 그래서 이참에 아신시가지를 한 번 가보자 생각하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에게 물었다. 주인장이 Lapad보다 Babin Kuk이 더 좋을거란다. 쭉 이어진 산책로가 좋다는 소리에 귀가 솔깃한다. 필레문을 나와 길을 건너 6번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문제적 길치긴 하지만 그래도 지도와 노선표 정도는예의상한 번 봐준다. 일단은 모르겠지만 오른쪽 하단에서 뭔가를 발견한다. "LIBERTAS-DUBROVNIK" 멈춰서는 버스의 몸체에도역시나 커다랗게 "LIBERTAS"가 써있다. 잊을만하면 수시로 등장하는 "자유" 자유 아니면 죽음을 달라의 귀여운 버전같아 미소가 번졌다. 일관성..추천 -
[비공개] 책이... 읽혀지지 않는다.
"책만한 쾌속정은 없다. 먼 곳으로 우리를 데려다주므로" 에밀리 디킨스의 말에 나는언제나 동감하는 쪽이었다. 나는 매일매일 책의 보호를 받으며 회복됐고 그래서 다음날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런데... 책이 읽혀지지 않는다. 광란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데책따위가대수냐며 혀를 찰지도 모르곘지만 책이 읽혀지지 않는다는건 적어도 나겐아주 치명적인 일이다. 몽(朦)의 상태가 좀처럼 끝나지 않는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막막하다. 원치 않은 휴독기(休讀期)의 시작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