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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건강한 잔디밭의 두 남자
스무살 정도 내 수업을 받던 친구가 30대 중반이 되어 찾아 왔다. 앳된 얼굴과 호리호리하던 체격이 이제 각지고 중후장대한 훈남으로 변해, 옆에 붙어 있는 내가 영 왜소하고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제자라 그런지 기분이 더 좋다. 나이가 들어 몸이 귀찮아 집에 손님을 잘 안 부르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 방문하겠단다. 잘 알던 친구라 반갑기도 할 뿐아니라, 온다는 제자마저 오지 말라 할 순 없다. 온다는 자식 오지 말라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전화목소리를 듣던 아내 왈, "목소리와 어투가 엄청 바르게 자란 청년처럼 보이는데." "음, 좋은 친구지. 나와 친한 사람치고 이상한 놈 봤냐?" 열심히 노력해 지금은.......추천 -
[비공개] 안세영에 대한 오해
그저께 을 올리면서, 사실 걱정이 없지는 않았다. 내가 올린 글의 소재는 안세영 선수와 관계없고, 그것을 겨냥하지도 않았지만, 현재 이웃들의 눈앞엔 안세영이 우뚝 서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제도학파경제학자로서, 신고전학파의 '방법론적 개인주의'와 '한계생산력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더욱이 마르크스경제학의 노동가치설마저도 부분적으로만 인정한다. 앞 글에서 간단히 요약한 대로, 개인의 노동은 사회적 제도와 사회적 지식에 접속하고, 사회구성원과 협력함으로써 비로소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제도경제학의 '사회적 가치론'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예.......추천 -
[비공개] 올림픽의 '선생'들
한 상품의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될까? 경제학파 사이에 한판승부가 벌어지는 또 하나의 주제이자, 전쟁터다. 가장 유명한 학설이 '노동가치설'이다. 마르크스 의 뼈대를 이룬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17세기부터 유행하던 시대정신이다. 예컨대, 존 로크는 사유재산권을 노동으로부터 정당화했다. 내 몸은 나의 것이라는 건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다. 그리고 노동은 내 몸의 활동이며, 나의 활동이 산출한 결과물에 대한 소유권은 나말곤 아무도 없다. 이른바 '소유 개인주의'의 요체인데, 주류경제학이 신성한 것으로 여기는 사유재산제도와 개인지상주의, 곧 '유아론'(唯我論)의 출발점이 된.......추천 -
[비공개] 공부와 품성
'공부'(工夫)란 배우고 때로 익히면서, 그 결과를 실천하고 발휘할 능력을 쌓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반면 '학문'(學問)은 배우고 묻는 과정, 곧 익힐 뿐 아니라 의심하고 탐구하는 과정에 가깝다. 공부가 선배들의 결과를 익히고 굳히는 과정이라면, 학문은 그것에 의문을 품고 새로움을 창조하는 과정이다. 좀 지나치게 구분한 감이 없지 않지만, 적어도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공부하고 연구한다. 물론 학문도 공부하는 태도와 기초 없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학자도 공부부터 먼저 해야 하리라. 어떻게 보면 우린 모두 공부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며, 그 방법을 학교에서 배운다. 특히, 초중고학교는 그러한 삶.......추천 -
[비공개] 나는 얼마짜리입니까
더운 날이다. 펀딩에 참가했더니, 책이 왔다. 읽을 순서가 아직 아니지만, 연대를 위해 새치기해 서둘러 읽게 되었다. 케인스와 베블런을 알고, 과학 지식을 탐구하는 것 보다 '그림자' 노동자들의 고된 삶을 '아는' 것이 더 저급하다고 말할 수 없다. 이것도 알아야 할 '지식'이다. 적어도 경제학자에겐 삶의 현장에서 나온 지식이 바로 진정한 지식이 되리라.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9252&fbclid=IwY2xjawEZZjtleHRuA2FlbQIxMQABHWvNXsIJDb4slcsSoHdYFjQOj-BkR5PrW_n4YHBO8Hm7Cnm7DiYob5w6zw_aem_Q__gJf_TT-mXZVUN7F361A "승자와 악인들의 투쟁사는 반전과 박.......추천 -
[비공개] 오글거리는 휴가
하늘은 맑다. 좀 덥긴하지만, 그래도 바람은 분다. 도심이 아니라 열섬효과는 없지만, 여름날 태양은 장소를 가리지 않으니 여전히 덥다. 35도가 예보되었다. 매미소리가 요란하다. 올핸 잠자리가 유난히 많이 날아 다닌다. 우리집 마당을 들판으로 착각했는가 보다. 파란 잔디와 푸른 소나무, 만개한 능소화를 두고, 방안에서 면벽하면서 쳐박혀 있고 싶지 않았다. 야외노동, 잠깐의 실내운동, 그리고 공부말곤 별달리 할 일이 없다. 듣기에 좀 오글거리겠지만, 내겐 공부가 제일 큰일이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활동이다. 그것 말고 할 일이 있나? 오늘은 너무 더워 어차피 바깥에서 일할 수도 없다. 그래서 탁자 하나를 빼내어 마루에 자.......추천 -
[비공개] 장마(윤흥길)
우리집에 출몰한 뱀을 기화로, 며칠전 를 주제로 글을 올렸다. https://m.blog.naver.com/saintcomf/223521199313 윤흥길의 소설 를 대본 삼아 (KBS)에서 단막극을 제작했었는데, 찾아보니 내가 봤던 그 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온통 잔인한 폭력이 난무하는 요즘 영화에 비해 박진감과 충격은 덜하지만, 그 시대의 영상물은 내 사유의 깊이를 더해준다. 더워 머리가 몽롱해질 때 감상해 보세요. 재미도 있고 좋은 영상입니다 .추천 -
[비공개] 팔로우
요즘 탐라에 '팔로우' 완장을 단 분들이 부쩍 눈에 뛴다(사진1). 대부분이 내 페친이 아닌 사람들인데, 페친들은 잘 안 보이고 오히려 이 완장맨과 우먼들이 더 많이 보여 의아하다. 더욱이 '좋아요'를 수백개씩 얻고 있는 젊은 여성들도 자주 보이는데, 내 페친들 중 좋아요로 환호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렇게나 나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갑자기 이토록 자주, 대거 출몰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더욱이 완장맨들의 내용도 지극히 허접하다. 저걸 저토록 많은 사람들이 추종한다?! 또 평소에 매우 궁금했던 건, 도대체 어떤 사람이 저 팔로우 완장을 달 자격을 얻느냐다.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싸'가 아닐.......추천 -
[비공개] 능소화
이곳에 살면, 쓸모없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바로 옆에 두고, 그것도 온통 그것들에 둘러 쌓여 있는 식물을 자주 보기 때문이리라. 여름엔 실용적인 관점으로 식물을 보았었다. 먹을 수 있는가? 내 건강에 유용한가? 봄이 되면 꽃이 만발한다. 식물에 대한 관점이 실용에서 미, 아름다움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요즘 새로 보게 된 측면이 있다. 유용성도 아름다움도 없는 식물도 있다. 첫째는 잡초가 그것이다. 물론 잡초는 유용한 식물을 방해하기 때문에 해롭게 생각된다. 심지어 유용하지도, 아름답지도, 더욱이 해롭지도 않으면서, 곧 나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식물도 있다. 그냥 '나무'에 불과한 것인.......추천 -
[비공개] 장마
6.25전쟁 중 동석(주인공)의 외삼촌은 국군소위인 반면, 친삼촌은 빨치산이다. 어린 동석에게 두 사람의 모친은 각각 외할머니와 친할머니가 된다. 전쟁통에 외할머니는 친할머니댁에 피난을 와 임시로 함께 살게 된다. 사돈끼리 한 지붕아래 사는 것이다. 어쩌나! 국군소위의 어머니와 빨치산의 어머니가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 그땐 그런 일이 종종 있었을 것이다. 우리 민족이 겪어야 할 비극이었다. 어느 날 외할머니는 국군소위인 외삼촌이 전사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외할머니는 절규하며 빨치산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빨치산 놈들은 다 죽어버려!" 빨치산 아들을 둔 친할머니 면전에서 말이다! 전쟁 중 빨.......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