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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 한나 아렌트 지음/한길사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지음), 한길사 한나 아렌트에 대해서는 잡지의 칼럼이나 신문 기사에서 종종 접하곤 한다. 하지만 그녀의 책은? 솔직히 말해 일반 독자에게 이 책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아주 느리게, 아주천천히 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나 아렌트. 젊은 시절 하이데거의 연인이었으며, 미국으로 넘어간 유태인, 여성 철학자,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면서 학문적 주목보다는 센세이션과 거부감을 더 불러일으킨 학자.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나 아렌트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그녀의 학문적, 지적 명성은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들었다. 한나 아렌트는 이 책을 통해 근대적 인간의 오래된 소외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전체주의'가 가지는 비극성, 그것이 어떻게 근대와 현대의 인간..추천 -
[비공개] 전태일 평전, 조영래
전태일 평전 - 조영래 지음/아름다운전태일(전태일기념사업회) 전태일 평전 조영래(지음), 아름다운전태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전태일 평전을 읽었던 십 수년 전, 그 시절이. 그 때나 지금이나 첨예한 현실 한가운데 놓여있는 문제적 텍스트. 무수한 사람들에 의해 읽혀졌으나, 우리의 현실은 그 때나 지금이나. 아마 누군가(들)는 나아졌다고 이야기하겠지만, 예전의 그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 그대로 남아있고, 변하는 세월 속에 그 문제에서 파생된 새로운 문제들은 끊임없이 생겨나, 나아졌다고 이야기할 때의 그 ‘나아지다’라는 동사의 의미에 대해 계속 되묻게 되는 2010년의 가을. 실은 우리에게 마르크스주의도 필요 없고, 세상을 바꾸는 혁명적 사상 따위도 필요 없다. 그런 건 그 다음의 문제다. 그냥 인간답게 사는 것. 그리고 ..추천 -
[비공개] 역사를 위한 변명, 마르크 블로크
역사를 위한 변명 - 마르크 블로크 지음, 고봉만 옮김/한길사 2003년쯤 적어놓은 서평이다. 이 서평을 다시 꺼내 읽어보니, 안타깝게도 내 글은 시간이 지날수록, 형편없어지고 있는 것같다. 그만큼 인문학 공부는 뒤로 밀리고 회사 일에 쫓겨 글쓰기나 인문학 공부에 게을러진 탓이리라. 자고로 인문학 공부는 오래 시간책상에 앉아, 많은 것들을 되새김질해야 되는 법. 그래야만 어렴풋하게나마 뭔가 건질 수 있다. '역사를 위한 변명'은 현대 역사학에 있어서 빠뜨릴 수 없는 고전이다(나는 그렇게 알고 있다).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가 가지고 있는 약점들을마르크 블로크의 이 책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그리고현대적 의미에서 역사란 어떤 것인지 마르크 블로크는 분명히 밝히고 있다.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다면, 혹은 관심에 두고 있다면 이 책은 ..추천 -
[비공개] 살인과 사형
"오늘 사형 평결은 정의에 관한 문제이지 결코 보복의 차원이 아닙니다. 보복은 신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문명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준 결정입니다. 이 사건이 준 상처는 마치 날카로운 날을 갖고 있는 구멍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 날은 무뎌지겠지만 여러분 가슴과 영혼속의 구멍은 결코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내 아내는 정말 선한 간호사였습니다. 자신이 일하던 병원에 어린 환자들이 찾아오면 성심을 다해 돌봐주곤 했습니다. 막내 딸은 아직 세상을 알지 못하던 천사같던 아이였습니다. 큰 딸은 똑똑하고 미래가 창창한 아이였습니다." 하루에도 무수한사건들이 일어나, 여과없이 TV/신문/인터넷을 통해 보여지고 알려지는 요즘, 모든 슬프고 나쁜 일들은 거짓말처럼 타..추천 -
[비공개] 어느 사적인 일요일
안개가 자욱하게 시야를 가린다. 겨우 일어났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퉁퉁 부어 있었다. 발바닥이 아팠다. 얼마 전 인터넷으로 주문한, 드립용으로 잘게 부서진 브라질 산토스 원두로 드립 커피를 내린다. 물 끓는 소리, 위로 향하는 수증기, 떨리는 손, 돌보는 이 없는 듯 무심하게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뒤엉켜 어느 일요일 아침을 구성하였다. 요즘 힘겹게 읽고 있는 책의 한 구절. 본래 ‘박탈된’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사적인’이라는 용어는 공론 영역의 이러한 다양한 의미와 관련되어 있다. 완전히 사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은 우선 진정한 인간에게 필수적인 것이 박탈되었음을 의미한다. 타인이 보고 들음으로써 생기는 현실성의 박탈, 공동의 사물세계의 중재를 통해 타인과 관계를 맺거나 분리됨으로써 형성되는 타인과의 ‘객관적’ 관..추천 -
[비공개] 문학의 웃음과 미하일 바흐친
1999년 말, 작가 귄터 그라스는 뤼베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를 맞이했다. 이들은 사회 및 지식인 사회의 현실을 함께 진단하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대담은 이내 활기를 띠었다.“사람들은 우리에게 ‘당신들은 재미가 없어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시대 자체가 정말 재미없잖아요. 도대체 웃을거리가 없는 거죠.”(부르디외)“저도 우리가 재미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문학적 수단이 유발하는 끔찍한 웃음은 우리의 사회적 조건에 대한 저항이기도 합니다.”(그라스) - 피에르 랭베르, ‘예수도 웃었을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9월호 한국어판) 르몽드 디플로마크 9월호를 읽으면서 웃고 말았다. 재미없는 시대의 지식인들은 참 재미없다는 부르디외의 저 말, 그리고 문학이 선사하는 끔찍한..추천 -
[비공개] 적합한 사람을 찾습니다. - 기획 / 디자인 각 1명
얼마 전 리더십에 대한 고민을 포스팅했습니다. 실은 작년부터 지속되는 고민들 중에서 가장 큰 고민이 조직과 리더십입니다. 제가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은 아니지만(한 때는 그랬지만),한 파트를 책임지고 있거니와, 이런저런 경험으로 인해, 현재 몸 담고 있는 기업의 여러 경영 이슈들에 대해 같이 고민할 때가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언제나 업무 수행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그리고 인재가 고민의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재가 가장 큰 고민입니다.과연 좋은 인재가 올만한 회사인가에 대해서는 저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만, 어느 정도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셋팅을 하였고, 제가 책임 지는 파트에 대해서는 최고의 능력을 소유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이것과는 ..추천 -
[비공개] 소셜노믹스 Socialnomics
소셜노믹스 - 에릭 퀄먼 지음, inmD 옮김/에이콘출판 소셜노믹스 에릭 퀄먼(지음), inmD(옮김), 에이콘 몇 달 전에 '소셜미디어와 예술'에 대한 짧은 원고를 쓸 일이 있어,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빠른 시간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책은 평이하다. 적어도 소셜미디어 속에 살고 있다면. 하지만 소셜미디어가 무엇인지 모르는 이라면, 이 책은 쉽고 즐거운 가이드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령아래 인용문과 같은 온라인 세상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이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면. 트레버는 여전히 음주운전을 한 상원의원에 관한 뉴스가 궁금하기에, 뉴스 피드에서 제인의 블로그에 있는 글을 클릭한다. 트레버는 트위터 계정에서도같은 글의 링크를 본다. 이제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1. 피드 안에 있는 제목을 클릭한다. 2. 글을 읽고 마음에 들어 한다. 3..추천 -
[비공개] 리더십에 대한 단상
바람직한 리더가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직장 생활 초기 전략과 아이디어가 사업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여겼다. 그리고 조금 더 경험이 쌓이고 난 다음에는 전략과 아이디어를 추진하는 실행력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쌓이자, 결국 모든 일들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적합한 사람을 골라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것. 그리고, 그 전에 나는 적합한 사람일까? 또는 적합한 사람을 고를 안목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과연 나는 사람들에게 열정을 불어넣고 동기 부여를 할 수 있으며, 불가능한 목표에 도전하여 성공시킬 수 있는 추진력을 가지고 있을까? 이런 의문들이 마치 새벽 호수의 물안개처럼 펼쳐졌다. 최근에 내 마음에 들었던 문장 하나를 이메일 서명에 붙여놓았다. ..추천 -
[비공개] 읽는 사진, 느끼는 사진 展,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읽는 사진, 느끼는 사진 -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기획 - 사진 展 2009. 3. 6. Fri - 5.24. Sun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 책장을 정리하다가 읽다만 책들로 어지러운 방바닥으로 떨어지는 사각의 얇은 카탈로그. 작년 봄에 보았던 전시. 그러고 보니, 요즘 통 전시를 챙겨보지 못하고 있다. 회사일도 많고 개인적으로 여러 일들이 겹친 탓이었다.나이가 들수록 핑계만 늘고, 핑계가 늘수록 게으름은 배가 된다.한 없이 게을러지는나이가 된 것일까.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은사당역에서 나오면 걸어서바로 앞에 있다. 옛 벨기에 대사관 건물로 1905년에 지어진 이국적인 건물이다. 건물 앞 정원에는 흥미롭고도 아름다운 조각작품들이세워져 있다. 사당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그 기다림이 지겨워질 때 이 미술관은 매력적인 친구가 될 수 있다. 디..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