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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Rain] 비, Rain, 그리고 다시 비.
프랑스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 가랑비. 프랑스 영화는 굴곡이 없고 밋밋한 거 같아. 조용조용 이야기하는 것 같다가 어느순간 크레딧이 올라간다구. '비퍼 선셋'이 '비퍼 선라이즈' 이래 9년만에 만난 두 남녀의 자잘한 수다로 일관하다 어느순간 끝났을 때의 그 황당함이란. 물론 그 영화가 싫었단 건 아니지만, 그 영화는 그야말로 "프랑스영화"였다는 얘기지. 그런데 사실 기승전결이 뚜렷치 않고 감정선이 뭔가 펑하고 터져나가는 순간이 없다는 거 자체는 나쁘다고도 좋다고도 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 하나의 스타일인 거지 뭐. 천둥이 내려꽂히듯 번쩍 하는 깨달음이나 카타르시스의 순간도 있을 수야 있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조근조근 젖어들 수도 있는 거니까.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광화문 그녀와 나는 월요병에 걸린 상태였어. 주말..추천 -
[비공개] [오감도]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빌어 화해하는 ..
오감도 홈페이지(http://www.eros2009.co.kr/)엔 자유게시판이 있다. "당신은 어떤 사랑을 원하시나요?"라는 제목아래 간단한 메시지를 포스트잍틱한 비주얼로 남길 수 있게 되어있는데, 온통 욕이다. 트랜스포머2 개봉에 맞춰, 그리고 실은 '대한늬우스' 강제상영에 맞춰 9,000원으로 오른 영화값에 대한 분노, 노출신에 맞춰진 홍보만 믿고 살색그림 펑펑 터져나오는 걸 보고 싶었는데 낚였다는 분노, 혹은 (애국시민의) '한국영화'를 부끄럽게 만들었다는 분노까지. 그렇게 욕먹을 영화인지는 모르겠다. 실은, 꽤 괜찮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다섯 가지 사랑이야기가 뚝뚝 끊어져 나온다. 김수로의 캐릭터가 겹치긴 하지만, 스토리는 각각 전혀 다른 측면의 사랑을 포착해낸다. 시니컬하게 말하자면단물빠진 소재들, 다소간의 동성애 코드나 의외의 반전조차 어..추천 -
[비공개] 이집트#12. 아스완과 룩소르 사이에서 만난 '코리언'과 '이집션'.
캐나다 의사아저씨 렌과 펠라페를 맛나게 먹구서는 걍 기차역에 마침 서있던 기차를 덥썩 잡아탔다. 3등칸이었다. 2이집션파운드(400원 가량?)만 내고 에드푸까지 갈 수 있었는데, 덜컹이며 무심히..요샛말로 '시크하게' 달리는 허름한 기차는 이제 우리는 없애버린 경춘선 열차랑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다. 아, 난 애초 내가 탔던 칸에서 쫓겨나는 수모 아닌 수모를 겪긴 했다. 외간남자와 함께 앉아있을 수 없다며 거세게 손사래를 치는 검은 차도르 차림의 아주머니들이 옆칸으로 밀어냈던 것.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나는 머..그저 느낌으로 그렇게 이해했을 뿐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남자인 것에 상관없이 내 생김새가 맘에 안 들었다거나 그런 건..아니길 바랄 뿐. 오히려 다행이었다. 옆 칸에 가서도 역시 유일한 외국인으로 만인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추천 -
[비공개] [물놀이 튜브] 나는 어린애들보다 12,693개나 많은 수영법을 상상..
장면#1. 오랜만에 친구들과 놀러가기로 한 수영장, 이게 얼마만인가. 옛 기억을 더듬어 촌스런 무늬의 수영복과 수영모를 꺼내다 보니 옆에서 뒹굴대며 함께 나오는 수경과 튜브. 일단 수영장에 들고 가기는 했는데..막상 바람을 불어넣고 나니 그 앙증맞은 사이즈란. 예전 기억에는 마냥 거대하기만 했던 초등학교 교정이 어느새 손바닥만한 사이즈로 변했듯, 허리에서 훌라후프처럼 돌아가던 튜브가 허벅지에서 멈춰버렸다. 장면#2. 수영장에서 수영만 하고 노는 사람이 어디있나. 쌩돈내고 바가지쓰는 기분으로 사든 튜브. 근데 모양이..아까 그 '어린이용' 튜브와 다를 게 없다. 나는 어린 아이들보다 최소한 일만이천육백구십삼개의 (튜브와 함께 하는) 영법을 더 상상할 수 있는 어른이란 말이다. 장면#3. 여자친구와 함께 간 수영장. 가뜩이나 수..추천 -
[비공개] [타워] 이미 바벨탑은 지어져 있다.
어줍잖은 소설론 - 소설은 분재같은 거 아닐까. 소설을 보면 애초 영감처럼 떠올랐을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아무리 참신하고 흡인력 강하다고 해도, 그 줄기에서부터 뻗어나가는 가지들이 영 실하지 못하거나 볼품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늘 아쉬웠다. 마치 하나의 잘 다듬어진 분재처럼-그 어거지로 비틀고 구속하는 작업에 대한 반발감은 논외로 하고-개성있지만 기품있게 자리한 줄기와 그와 적절히 균형을 이루며 고른 각도로 뻗어나간 가지들의 비례와 배치에서 기인하는 미감이랄까. 그런 소설이 정말 만나기 힘든 잘 쓴 소설이 아닐까, 뭐 내가 요즘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말이다. 최대한 자연을 흉내낸 '자연스런' 분재처럼, 최대한 사회를 흉내낸 '사회스러운' 소설. 사회스럽단 말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는 쉽게 말하기 힘들지만 ..추천 -
[비공개] [나눔] 한국스타일박람회 2009 초대권(10장) 배포.
다음 왈, appetizer (영어) 서양요리에서 식사하기 전에 식욕을 돋구기 위해서 마시는 술 또는 전채. 7월 동시나눔마당을 앞두고, 마침 제게 초대권 10장이 들어왔습니다. [청유형 포스팅] 테마가 있는 '온라인 동시나눔마당'에 함께 해요~* 보다 많은 분들이 이런 마당이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참여하실 수 있도록, 나름 그럴듯한 에피타이저가 되지 않을까 싶어 기쁜 마음에 덥썩 포스팅을 해봅니다.ㅎ 2009 한국스타일박람회인데요. http://www.hanstyleexpo.net/를 참고하시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일인당 입장료는 고작 2,000원에 불과하지만요, 예를 들자면 철수가 갑순이랑 같이 가다가 윤아를 만나서 함께 가자고 했더니 윤아는 덕배랑 같이 아니면 안 가겠다고 떼를 쓰다가 십년만에 소꿉친구 영수를 마주쳐 결국 다섯명이서 사이좋게 손 꼭붙잡고 ..추천 -
[비공개] [청유형 포스팅] 테마가 있는 '온라인 동시나눔마당'에 함께 해요~*
호이짜 호이짜~ 다말아버리겠다~* 성황리에 마친 지난 6월 동시나눔의 기억을 떠올리며, 7월 동시나눔마당의 멍석을 살포시 깔아봅니다^^ 동시나눔을 처음으로, 그치만 무지하게 성공적으로 이끄셨던 초하님 다음으로 '멍석돌이'가 되다니, 꽤나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애초에 뭐 저 혼자 뭔가 할 수 있다는 오바스런 생각은 안 합니다.ㅎ 멍석은 다만 돌돌 말아버릴 뿐이죠.ㅋ 동시나눔마당이란 '나눔-후렌들리'한 블로그 공간을 위한 벼룩시장 이미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동시나눔마당'이란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보다 많은 분들이 '나눔'이란 행위에 친숙해져서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 아래, 각자의 블로그에서 동시에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뭔가를 나누어 보자는 시도입니다. 말하자면 '나눔-후렌들리'한 블로그 공간을 위한 자그..추천 -
[비공개] [릴레이] 외교문제의 달인 '벼랑끝' 이채 선생.
#1. 국제 정세에 대해 논하시오.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 그리고 당선된 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으레 질문은 내게 떨어졌다. 누가 될까? 오바마가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암살당하지 않을까?ㅡㅡ;;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6자회담이 삐걱댄다는 기사가 나올 때였을 거다. 당시 내가 RA로 일하던 회사의 이사가 물었다. 자네가 잘 알겠구만. 북한이 왜 저러는 거야? 어떻게 될 거 같아? 심지어는 그런 질문도 들었던 적이 있었다. 왜 한국은 핵무장을 안 하는건데??!! 내가 아냐. 외교학과를 나왔다고 국제 정세 분석에 능해지는 건 아니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 오만나라의 외교 정책과 기조를 파악하고 있는 건 더더욱 아니다.그리고 외교관으로 갖출 만한 덕목일 외교술수이딴 것도 없다.(외교관이 따논 당상인 건 더더욱 아니다. 별 ..추천 -
[비공개] 릴레이에 대한 생각.(Letter to Adish님)
To. Adish님, 아디쉬님, 살포시 놓고 가신 편견타파 릴레이 잘 받았습니다^^ 어느 순간 들불처럼 번져들고 있는 릴레이에 대한 염려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라면 뭐랄까, 저는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어차피 인간은 모든 문제를 스스로의 맥락에서 재구성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무언가로 먹기 좋게 바꾸어내곤 그에 답하기 마련이니까요. 포스팅의 주제로도 나무랄 데 없는 이런 멋진 릴레이들이 계속 제게 쏟아진다면, 물론 제가 여전히 마치지 못한알제리,파리..심지어이집트 여행기의 마감이 더욱 늦어지긴 하겠지만...그래도 행복하게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뭐 제 여행기야 어차피 누가 재촉하는 것도 아니니까요.ㅎㅎ) 아마 다른 분들도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요. 부담감을 느껴서 답을 하셨던 안 하셨던, 그렇..추천 -
[비공개] [릴레이] 나를 만든 5권의 '사회과학 도서'.
1. "나를 만든 [ ]권의 책"을 제목에 적어주세요. (권수에 제한은 없습니다.) 2. 앞선 릴레이 주자의 이름들을 순서대로 써주시고 3. 릴레이 받을 두 명을 지정해 주세요. 4. 이 릴레이는 7월 20일까지만 지속됩니다. 5. 기타 세칙은 inuit님의 릴레이의 오상을 참조 바람 내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치 백설공주를 괴롭히던 왕비가 거울 앞에 서는 것과 같은 일이기도 하다. (이전에 올렸던 독서론 [릴레이] 내게 책은 [자석], 독서는 [정렬]이다.라는 것도 있었지만 대략 비슷한 의미다.) 지금 내가 답답한 문제들에 대해, 답답하게 옹친 감정들에 대해 한줄기 활로를 뚫어주거나, 최소한 그에 대한 힌트라도 던져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책장을 펼쳐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니? 책아 책아, 대체 난 왜 이렇게 헛헛한 거니?..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