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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너에게 쓰는 편지-보라카이
아내와 두 아이는 잠이 들었습니다파도는 두 아이의 숨소리처럼태고적부터 늘 그래왔던 것처럼아스라이 밀려왔다 스르르 깊은 숨소리를 내뱉고 멀어져갑니다반복되는 저 소리는 생명입니다아내가 품었던 바다가내안으로 또다시 밀려옵니다보라카이의 하늘은 너무 낮습니다보라카이의 바다는 너무 높습니다추천 -
[비공개] 너에게 쓰는 편지-보라카이
아내와 두 아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파도는 두 아이의 숨소리처럼 태고적부터 늘 그래왔던 것처럼 아스라이 밀려왔다 스르르 깊은 숨소리를 내뱉고 멀어져갑니다 반복되는 저 소리는 생명입니다 아내가 품었던 바다가 내안으로 또다시 밀려옵니다 보라카이의 하늘은 너무 낮습니다 보라카이의 바다는 너무 높습니다추천 -
[비공개] 너에게 쓰는 편지-엄마와 칼국수
언젠가 엄마랑 단둘이 칼국수를 먹은 적이 있었다물만두 하나 시키자 했더니양이 많으시다며 한사코 저어하셨다바지락을 하나하나 까먹을 때면 엄마는 다시 바지락 알갱이를 내 그릇에 옮겨주셨다엄마 드시라고 혀도밀가루 음식이라 원체 안받는다고젓가락을 일찍 놓으셨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난 배부르다며 음식을 잔뜩 남겨버렸다그때까지 물만두 하나만 먹고손도 대지 않았다엄마는 이 맛난 것을 왜 남기느냐고 타박하시다 칼국수와 바지락을 천천히 드시기 시작했다물만두도 어린 아이처럼 맛있게 드셨다나는 좀전까지 엄마가 자식을 보던 그 표정으로 엄마의 식사모습을 지켜보았다추천 -
[비공개] 너에게 쓰는 편지-엄마와 칼국수
언젠가 엄마랑 단둘이 칼국수를 먹은 적이 있었다 물만두 하나 시키자 했더니 양이 많으시다며 한사코 저어하셨다 바지락을 하나하나 까먹을 때면 엄마는 다시 바지락 알갱이를 내 그릇에 옮겨주셨다 엄마 드시라고 혀도 밀가루 음식이라 원체 안받는다고 젓가락을 일찍 놓으셨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난 배부르다며 음식을 잔뜩 남겨버렸다 그때까지 물만두 하나만 먹고 손도 대지 않았다 엄마는 이 맛난 것을 왜 남기느냐고 타박하시다 칼국수와 바지락을 천천히 드시기 시작했다 물만두도 어린 아이처럼 맛있게 드셨다 나는 좀전까지 엄마가 자식을 보던 그 표정으로 엄마의 식사모습을 지켜보았다추천 -
[비공개] 너에게 쓰는 편지-고마운 어머니
엄마가 와 계십니다고맙습니다두 손주에게 매일 치이지만내새끼들 이쁜 강아지들노래를 부르시며 맛난 밥상 세끼를 정성껏 챙겨주십니다경수 너는 어찌 그리 지금도 털털하냐옷도 구렁이 허물 벗듯 여지껏 그러냐왜케 추운데서 혼자자냐따닷하게 입고댕겨라밥도 당차게 먹고 부실혀서 쓰겄냐 몸이주라야 토끼처럼 먹지 말고많이 먹고 기운좀내랑께우리 주라는 살좀 시원하게 쪄야는디사십년간 들어왔을 싫은 잔소린데마냥 싫지만은 않습니다아내는 신종플루 때문에 사일 째 집안에만 틀어박혀 원고를 만지고 있습니다보는 사람조차 지겨울 건데 참일 체질인 것 같습니다아내도 언젠가 손주 볼 날이 있겠죠토끼같은 아.......추천 -
[비공개] 너에게 쓰는 편지-고마운 어머니
엄마가 와 계십니다 고맙습니다 두 손주에게 매일 치이지만 내새끼들 이쁜 강아지들 노래를 부르시며 맛난 밥상 세끼를 정성껏 챙겨주십니다 경수 너는 어찌 그리 지금도 털털하냐 옷도 구렁이 허물 벗듯 여지껏 그러냐 왜케 추운데서 혼자자냐 따닷하게 입고댕겨라 밥도 당차게 먹고 부실혀서 쓰겄냐 몸이 주라야 토끼처럼 먹지 말고 많이 먹고 기운좀내랑께 우리 주라는 살좀 시원하게 쪄야는디 사십년간 들어왔을 싫은 잔소린데 마냥 싫지만은 않습니다 아내는 신종플루 때문에 사일 째 집안에만 틀어박혀 원고를 만지고 있습니다 보는 사람조차 지겨울 건데 참 일 체질인 것 같습니다 아내도 언젠가 손주 볼 날이 있겠죠 토끼같은 아들들이 토.......추천 -
[비공개] 너에게 쓰는 편지-마음이 식혀지는 가을
돌이켜 생각해보면늘 가을은 선선했습니다여름내 뜨거웠던 마음과 몸이간혹 느닷없는 소나기에 씻기워지기도 했지만가을이면 여름 세상에 에어컨이라도 켠 듯모든 것이 눅눅한 몸을 곧추세웠습니다이쯤이면 수도 없이잊었던, 좋았던 기억들을 다시 저장했던 것 같습니다그럴 때면 조하문과 이문세, 이선영의 영화음악이 귓전을 맴돌았고이유없이 뜨거워지던 사춘기 열병처럼 가슴엔 단풍이 얼룩지고 있었습니다오랜 일기장 사이사이에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추억들만 오롯이 생물처럼 살아나고,저는 그것들을 견디며 쌩긋 웃기도 했습니다저도 이제 영글어가는 것 같습니다깨알 같은 일기장 구석구석 글씨들이 잘.......추천 -
[비공개] 너에게 쓰는 편지-마음이 식혀지는 가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늘 가을은 선선했습니다 여름내 뜨거웠던 마음과 몸이 간혹 느닷없는 소나기에 씻기워지기도 했지만 가을이면 여름 세상에 에어컨이라도 켠 듯 모든 것이 눅눅한 몸을 곧추세웠습니다 이쯤이면 수도 없이 잊었던, 좋았던 기억들을 다시 저장했던 것 같습니다 그럴 때면 조하문과 이문세, 이선영의 영화음악이 귓전을 맴돌았고 이유없이 뜨거워지던 사춘기 열병처럼 가슴엔 단풍이 얼룩지고 있었습니다 오랜 일기장 사이사이에서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추억들만 오롯이 생물처럼 살아나고, 저는 그것들을 견디며 쌩긋 웃기도 했습니다 저도 이제 영글어가는 것 같습니다 깨알 같은 일기장 구석구석 글씨들이 잘 보이지 않지만.......추천 -
[비공개] 너에게 쓰는 편지-동네에서 놀던 나
내가 어떻게 컸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시던 어머니,응답하라1988을 보니그 말씀을 언뜻 이해할 것 같다가물거리는 기억을 촘촘이 되짚어봐야겠다1984년의 어느 가을 날이다나는 평상시처럼 아침 여섯시 정도에 일어난다구멍가게 문을 열고 차가운 아침공기를 쐬며 기지개를 편다그리고 먼저 윗집 한 살 어린 준철이네 집으로 간다. 그냥 문을 연다준처라 노올자~~준철이는 옷을 주섬주섬 세수도 물론 안한 채 씨익 웃으며 나온다준철이는 조그만 집마루 한켠에서 딱지 몇 개를 들고 나와 그 아침에 나랑 힘껏 딱지치기를 한다.몇 번을 그러다가 바로 윗집 한 살 위 인수형 집으로 가는데새벽 일찍 두부배달 때문에 아저씨가 집에 없.......추천 -
[비공개] 너에게 쓰는 편지-동네에서 놀던 나
내가 어떻게 컸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시던 어머니, 응답하라1988을 보니 그 말씀을 언뜻 이해할 것 같다 가물거리는 기억을 촘촘이 되짚어봐야겠다 1984년의 어느 가을 날이다 나는 평상시처럼 아침 여섯시 정도에 일어난다 구멍가게 문을 열고 차가운 아침공기를 쐬며 기지개를 편다 그리고 먼저 윗집 한 살 어린 준철이네 집으로 간다. 그냥 문을 연다 준처라 노올자~~ 준철이는 옷을 주섬주섬 세수도 물론 안한 채 씨익 웃으며 나온다 준철이는 조그만 집마루 한켠에서 딱지 몇 개를 들고 나와 그 아침에 나랑 힘껏 딱지치기를 한다. 몇 번을 그러다가 바로 윗집 한 살 위 인수형 집으로 가는데 새벽 일찍 두부배달 때문에 아저씨가 집.......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