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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사진과 글쓰기 - 헤르베르트 바이어의 '자화상'
헤르베르트 바이어Herbert Bayer의 '자화상'이라는 작품(?)이다. 구글에서 찾아보았으나, 구한 것은 아래 책 표지뿐.지난 한 달 동안 매일 들고 다니며 조금조금씩 읽은 로잘린드 크라우스의 의 한 챕터에서 소개된 작품이다. 헤르바이트 바이어의 이 작품은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시절, 사진 실천의 비약적 발전을 기념하고, 예증하고, 분석해보고자 사흘 동안 열렸던 학술 회의 의 프로그램 책자에 실렸다.뭐랄까, '책 읽기 따위는 잊어라'는 식이랄까. 기이한 자기 반영성으로 사진 실천과 글쓰기, 혹은 텍스트와 사진 간의 기묘한 연관성을 표현한 사진인 셈이다.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이런 컨셉은 자주 있었다고 말하지만, 이 흑백사진이 주는 여운은 꽤 흥미로웠다. 제목이 자화상이라니.초기 사진이 가지는 리얼리티와 글이 가지는 리얼리티 사이에서 사..추천 -
[비공개] 현대자동차와 함께 하는 이브 아벨의 프렌치 콜렉션
한국에서 클래식음악을 듣는다는 건 참 드문 일이다. 더구나 클래식 연주회를 가게 되는 건 특별하다고 할까.현대자동차의 여러 가지 지원 프로그램엔 나에게 그 특별함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해준다. 기업의 사회 환원은 다양한 측면에서 진행될 수 있고, 현대차의서울 시향 지원도 이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이런 지원은 문화예술 단체에 대한 재정적 기반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일반 대중에게 문화 예술 체험의 기회를 넓힌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있다.이브 아벨Yves Abel의 지휘, 서울시향 연주, 니콜라스 안겔리치Nicholas Angelich의 피아노로 어우러진 '이브 아벨의 프렌치 콜렉션'은 나에게 서울 시향의 안정적이고 훌륭한 연주력을 알게 해준, 행복한 경험이었다. 참 오랜만에 방문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클래식음악을 즐겨 듣는 편이지만, 연주회..추천 -
[비공개] 현대자동차의 예술 사랑 - '현대자동차 Art & Culture In..
현대자동차의 예술 사랑 - '현대자동차 Art & Culture Insight Tour' 후기얼마 전 나는 무척 흥미로운 행사에 참석했다. '현대자동차 Art & Culture Insight Tour'. 지난 6월 21일 토요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예술(혹은 예술가)에 대한 고민, 열정, 그리고 그것들을 둘러싼 많은 활동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참석하게 된 계기는 그저 이 작은 블로그 하나를 운영한다는 이유뿐이고 여기에 덧붙이자면 네이버나 구글에서 검색이 잘 된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회사에서 예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내 기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순수 예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지만, 거기에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 많은 기업들이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추천 -
[비공개] 오치균 - 빛, 노화랑
오치균 - 빛2014. 06.11 - 06.25노화랑 Gallery Rho, 서울 SeoulArmani lamp on the Santa Fe bench | acrylic on canvas | 116x78cm | 2013출처:http://www.rhogallery.com/연필로 글씨를 쓰는 나는 오치균의 손가락과 그의 손가락이 화폭에 남긴 흔적들에 각별한 친밀감을 느낀다. 연필로 쓰기는 몸으로 쓰기다. (중략) 오치균이 손가락으로 물감을 으깰 때 재료가 육체와 섞이는 그 확실한 행복감을 나는 짐작할 수 있다. 재료를 장악하고 그 재료를 육체화해서 재료를 마소처럼 부릴 수 있는 자만이 예술가인 것이다. 언어는 기호이고 또 개념인 것이어서, 나는 오치균이 색을 부리듯이 말을 부리지는 못한다. 그래서 나는 오치균의 손가락을 대책없이 부러워한다. 손가락으로 색을 바르는 행위는 세계의 사물성과 불화일 터인데, 그는 그의 불화의 흔적을 남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흔적들..추천 -
[비공개] 짝찾기 경제학, 폴 오이어(지음)
짝찾기 경제학폴 오이어(지음), 홍지수(옮김), 청림출판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미시경제학의 핵심적인 개념을 설명할 것이다. 탐색Search, 신호Signaling, 역선택adverse selection, 빈말cheap talk, 통계적 차별Statistical discrimination, 두터운 시장thick market, 네트워크 외부효과network externality 등이 그것이다. (8쪽)나는 이미 올해 초 여러 외국 저널의 리뷰기사를 통해 이 책을 접했을 정도로, 나오자 마자 주목받았던 책이다. 하지만 의외로 읽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지나면, 이 책은 정말 흥미진진하다!아마 이 책을 읽지 않은 상당수의 독자는 그저그런 대중서라고 생각할테지만, 내가 읽은 바로는 온라인 데이팅으로 시작해 미시경제학으로 끝나는,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도리어 전문 서적에 가깝다. '..추천 -
[비공개] 우울한 고양이(靑猫)
우울한 고양이(靑猫)이 아름다운 도시를 사랑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이 아름다운 도시의 건축을 사랑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모든 상냥한 여성을 찾기 위해모든 고귀한 생활을 찾기 위해이 도시에 와서 번화한 거리를 지나가는 것은 좋은 것이다.거리를 따라 서 있는 벚나무 가로수거기에도 무수한 참새들이 지저귀고 있는 것이 아닌가아아 이 거대한 도시의 밤에 잠들 수 있는 것은오직 한 마리의 우울한 고양이 그림자다슬픈 인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고양이 그림자다우리가 찾기를 그치지 않는 행복의 우울한 그림자다.어떤 그림자를 찾기에진눈깨비 내리는 날에도 우리는 도쿄(東京)를 그립다고 생각해그곳 뒷골목 벽에 차갑게 기대어 있는이 사람과 같은 거지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하기와라 사쿠타로(1886 ~ 1942) (서재곤 역)점심 식사 대..추천 -
[비공개] 다시, 그림이다 - 데이비드 호크니와의 대화, 마틴 게이퍼드(지음)
다시, 그림이다 Conversation with David Hockney마틴 게이퍼드Martin Gayford(지음), 주은정(옮김), 디자인하우스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Martin Gayford가 지난 10년 간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와 나눈 대화들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책 제목은 , 한국 번역서의 제목은 Mr and Mrs Clark and PercyAcrylic on canvas, 1970-1971305 cm × 213 cm, Acrylic on canvas, Tate Gallery, London데이비드 호크니? 이 글을 읽는 이에게 데이비드 호크니를 설명해야 하나? 먼저 그는 화가다. 생존해 있는 영국 최고의 화가이며, 평단, 예술가, 화상 등을 가리지 않고 최고로 인정하는 예술가다. 그는 이라는 책을 통해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와 카메라 루시다camera lucida를 통해 그림을 정교하게 그린 화가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르네상스 이후 몇몇 화가들이 사용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되던 방식을 대부분의 화가..추천 -
[비공개] 마르네 강둑에서의 일요일,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마르네 강둑에서', 1938"언젠가 그(카르티에 브레송)는 내게 자신이 사진을 구성하는 방식은 기하학의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그가 세계를 볼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세계를 즉각 평면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는 능력도 지녔음을 의미합니다." - 데이비드 호크니호크니를 통해 사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진은 새로운 형태의 드로잉이며 미술이고 예술이다. 이는 브레송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나의 열정은 사진 '자체'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고 피사체의 정서와 형태의 아름다움을 찰나의 순간에 기록하는 가능성, 다시 말해서 보이는 것이 일깨우는 기하학을 향한 것이다.사진 촬영은 내 스케치북의 하나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1994년 2월 8일.앙리 카르티에 브레송루마니아, 1975추천 -
[비공개] 어떤 단상.
가끔 지하철에서 일본 책을 읽는 노인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저 분 일본에서 살다 오셨나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그 분들 중 상당수는 일제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일본어가 국어(한국어)보다 더 편한 거다. 생각은 일본어(일본식)로 하고 말은 한국어(한국식)로 하는 거다. 그냥 그런 거다.그리고 아직도 식민지 시대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거다. 그런데 아물지 않은 상처(혹은 흉터로 남은)를 자랑스레 미화시키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젊은이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흉터는 자랑스런 자신의 일부이고 너희들은 경험해보지 않은 식민지 세대라는 영광의 상처다. 이게 자연스럽게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거다. 이번 총리 선임 건도 그런 역사의 일부이다. 식민사관의 문제가 아니라,그냥 우리가 그렇게 배웠던 시..추천 -
[비공개] 셰익스피어의 기억 - 보르헤스 전집 5
셰익스피어의 기억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지음), 황병하(옮김), 민음사나이가 든다는 것, 그건 보이지 않는 것, 가려진 것, 지금 없지만 다가오는 공포에 신경쓰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지상에서의 시간을 쌓아갈수록 갑작스레 부는 바람에서 계절의 수상함을 알고, 사랑하는 여인의 뜬금 없는 키스의 따스함 속에 깃든 슬픈 이별의 메세지를 읽으며, 길을 지나는 이름없는 행인의 무표정한 얼굴 아래로 차마 말할 수 없는 인생의 고단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나도 나이를 먹고 있었다.민음사에서 나온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전집 중 마지막 권인 을 읽었다. (1975)과 (1983)을 묶어 번역한 이 책은 짧지만 보르헤스의 세계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소설집이다.나에게 보르헤스는, 내가 그를 알고 지낸 지난 20여년간 포스트모더니즘, 현대 소설가의 최..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