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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초겨울 하늘 아래
이맘 때 대기가 제일 좋다, 나는. 적당한 차가움이 귀 끝을 스칠 때 따뜻한 술 한 잔이 떠오르고 무심한 거리 뒷골목에서 만나는 인생들에게서정을 느낀다. 그대들과 함께 술 취해가던 그 해 겨울이 그리워지는 이 맘때, 초겨울, 나는 요즘 대기의 결이 좋다.아.. 그리고 술. 마시지 않은 지도 꽤 지났구나. 아름다운 술자리가 언제 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아래 광고. 참, 술 생각, 옛날 생각, ... 휴식이 간절해진다. 요즘 너무 바쁘고 피곤하고 힘들고 ....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추천 -
[비공개] 체의 녹색 노트
체의 녹색노트구광렬 엮고 옮김, 문학동네음유시인 니콜라스 기옌알갱이가 빽빽한 옥수수피델 카스트로와 그의 부하들이그란마에서 내릴 때,격정의 바다는그들이 난폭한 걸음으로 출발하는 걸 본다턱수염 없는 근엄한 얼굴,이마엔 나비들을,구두엔 수렁, 늪을,죽음, 군인처럼 노란 유니폼에 미제 총을 한죽음은 그들을 감시하고 있었다몇몇은 상처를 입고 쓰러졌으며몇몇은 목숨을 잃었다손가락 수보다 조금 더 많은 수가희망과 피로로 다시 영광을 향해 출발했다깨어난 길에선 주먹을 움켜쥐고양귀비를 따 노래를 불렀다칼날은 빛났으며 총은 번쩍거렸다마침내 산속으로 먼저 들어간피델 카스트로는 병영에서 이렇게 말했다"이 산맥에서 내려간다.평원은 총들의 바다가 될 것이다."1967년 10월 9일, 체 게바라 사망 당시 그가 메고 다녔던 홀쭉한 ..추천 -
[비공개] 역사학이란 무엇인가, 한스 위르겐 괴르츠
역사학이란 무엇인가한스 위르겐 괴르츠(Hans-Jurgen Goertz) 지음, 최대희 옮김, 뿌리와이파리, 2003사실 자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반드시 의미를 부여해야만 하며, 사실이란 그런 연후에야 비로소 생겨나는 것이다.- 롤랑 바르트미술과 예술의 역사를 공부하긴 했지만, 제대로 배웠다고 여기고 있었다. 미술사든, 예술사든, 그것은 역사학의 한 분과 학문이라는 건 알았지만,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과역사학 자체에 대한 것과는 다르다는 것, 그리고 역사학, 또는 역사이론에지식이 없었다는 걸 깨닫기까진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가 감동적인가'라고묻곤 한다. 왜냐면 그 작품의 명성과 감동, 혹은 안다는 것과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공감한다는 건 전적으로 다르다는 걸 알게 하고 싶어서..추천 -
[비공개] 10월 30일 단상
어둠이 내렸지만,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알 턱도 없었고 알기도 싫었을 것이며 알려는 의지도 없었다. 이미 선 긋기는 시작되었다. 저 땅은 아무리 노력해도 닿지 못하는 곳이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모한 용기에 뒤이어 오는 경제적 고초와 무참한 절망, 패배감이 아니라 빠르고 현명한 포기였다. 그리고 그 포기 대신 내 포기는 종북들과 빨갱이들 때문으로 몰아가면 되었다. 지난 잃어버린 10년 정권으로 인한 것이면 되었다. 헬조선도 경제에 뛰어나지 못한 진보 정권으로 인한 것이다. 어차피 세상은 엎지르진 물이고 뒤짚기엔 너무 강력하다. 그러니 왜 나에게 꿈과 희망을 밀어넣는가! 나에게 필요한 건 한 끼 밥과 자극적인 막장 드라마와 종편 TV에서 틀어대는, 나보다 불쌍하고 처참한 북한 사람들의 실상이다.갑자기 추워진 29일 오후 6시..추천 -
[비공개] 맑스주의와 형식, 프레드릭 제임슨
변증법적 문학이론의 전개(개정판: 맑스주의와 형식, 원제:Marxism and Form)프레드릭 제임슨 Fredric Jameson (지음), 여홍상, 김영희(옮김), 창작과비평사책 뒷 장을 펼쳐보니, 1997년 5쇄라고 적혀있다. 지금 읽어도 쉽지 않은 이 책을 나는1997년이나 98년 쯤 구입했을 것이다. 아마 인적이 뜸했던 그 대학도서관 서가에서 꺼내읽은 아래문장으로.이처럼 벤야민(Walter Benjamin)의 평론들의 한 장마다에서 풍겨나오는 우울 - 사사로운 의기소침, 직업상의 낙담, 국외자의 실의, 정치적역사적 악몽 앞에서 느끼는 비감 등 - 은 적합한 대상, 즉 종교적 명상에서처럼 거기에서 정신이 자신을 끝까지 응시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심미적인 것에 불과할지라도 순간적인 구원을 발견할 수 있는 어떤 표상이나 이미지를 찾아 과거를 더듬는다. 그리고 발견해낸다 - 30년 전쟁의 독일..추천 -
[비공개] 어떤 단상
총각 시절에는직장의 중요성을 잘 몰랐다. 받는 돈이 적거나 없어도 하고 싶은 일은 언제나 있었다.하지만 결혼을 하자,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했다. 그제서야 경영의 가치나 기업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대체로 경영진의 잘못된 의사 결정의 피해는 불행하게도 회사 구성원들이 진다. 그러나 작은 회사의 경우에는 (약간 달라서) 경영진이 책임지고아예 집안이망하는 경우도 많다.그런데 기업 경영과 연관된, 잘못된 정치적 관행(뇌물 같은 것들)에 대한 책임은 이상하게도기업가들만진다. 정치가나 행정가들은 교묘하게 기업가들의 마음을 움직여 금전적 이익을 취하고,그러다가 일이 잘못되면 그 책임 대부분은 기업가나 기업, 더 나아가 그 기업이 있는 지역사회가 진다(대우조선처럼).정치과 기업의 밀착 관계를 끊..추천 -
[비공개] 늦여름 속 추석을 보내고
나이가 들수록 명절 보내기가 더 어려워진다. 내가 그런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그렇게 변해가는지 모르겠지만. 과거는 화석이 되어 이젠 향기마저 풍기지 않고 미래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 끝도 보이지 않는 계곡 사이로 이어진다. 중년이라 그런 건가. 돌파구는 늘 위기에 있다지만, 우리 인생은 늘 위기 위에 있다. 올웨이즈 리스크 모드라고 해야 하나.음악을 들었지만, 예전같은 감동을 찾기 어려웠다. 이렇게 늙어가는 건가.가을이 왔다고들 말하지만, 내 마음은 아직 끔찍했던 여름이 이어져, 계속 지치고 땀이 나고 흔들거린다. 그래도, 기어이 가을은 올 것이고, 그래도 나는 나이가 계속 들어갈 것이고, 그래도 내 아이는 계속 자라날 것이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어쩌면 다행한 일인지도 모르겠구나.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 (ads..추천 -
[비공개] 가나아트 컬렉션 앤솔러지, 서울시립미술관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가나아트 컬렉션 앤솔러지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른스트 곰브리치는 어느 대담에서 미술관에 들어가기 전과미술관에 들어가 작품 감상을 하고 나온 후, 거리 가로수 이파리의 색이 달라져 있을 거라고, 세상 풍경이 더 생생해지고 풍요로워졌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을 둘러보고 나오는일상이 우리들의 삶과 얼마나 멀리 동떨어져 있는가를 생각할 때면, 참 서글픈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일반인들의 그런 일상을 무너뜨리고 미술 - 순수 미술 - 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한 때 고민하고 실천하기도 했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한가람미술관에서 가끔, 인상주의전을 하기만 하면, 비싼 입장료를 내고 길게 줄을 서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면, 더 절망스러운데, 그들 대부분 ..추천 -
[비공개] 더 고독했던 때는 없네, 고트프리트 벤
더 고독했던 때는 없네- 고트프리트 벤 (Gottfried Benn, 1886 ~ 1956)8월처럼 고독했던 때는 없네성숙의 계절 -, 땅에는붉은, 황금빛 신열(身熱)그런데 그대 정원의 즐거움은 어디에 있는가?맑은 호수, 부드러운 하늘,깨끗한 밭들은 조용히 빛나는데그대 군림하는 왕국의 개선(凱旋)은,그리고 그 개선의 자국은 어디에 있는가?모든 것이 행복을 통해 드러나는 곳,술 냄새 속, 물건 소리 속에시선을 나누고, 반지를 나누는 곳에서그대는 행복의 적(敵)인 정신에 몸 두고 있네지독했던 8월이 가고, 여기저기 긁힌 마음의 가장자리는 찢어진 헝겊으로 잘 덮어두곤 가을 놀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변화는, 몸에 무리를 주기 마련. 노트 정리를 하다가 메모 해 두었던 벤의 시를 읽으며, 문득 고독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게, 고독한 건 아닌가.이..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