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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새벽을 견디는 힘
CANDID 레이블. 지금은 구하지도 못하는 레이블이 될 것이다. 집에 몇 장 있는데, 어디 꽂혀있는지, 나는 알 턱 없고. 결국 손이 가는 건, 역시 잡지 부록으로 나온 BEST COLLECTION이다. 레코드포럼, 매달 나오는 대로 사두었던 잡지, 그 잡지의 부록은 클래식 음반 1장, 재즈 음반 1장. 제법 좋았는데.유튜브가 좋아질 수록 음반은 팔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하기 힘들던 시절의 아련함은, 우연히 구하고 싶은 음반을 구했을 때의 기쁨, 그리고 그것을 자랑하고 싶어 아는 이들을 불러모아 맥주 한 잔을 하며 낡은 영국제 앰프와 JBL 스피커로 밤새 음악을 듣던 시절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느껴진다.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추천 -
[비공개] 유감이다, 조지수
유감이다조지수(지음), 지혜정원어쩌면 나도, 이 책도, 이 세상도 유감일지도 모르겠구나. 다행스럽게도책읽기는, 늘 그렇듯이 지루하지 않고 정신없이 이리저리 밀리는 일상을 견디게 하는 약이 되었다. 하지만 책 읽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나는 이제 책 읽는 사람들을 만날 일 조차 없이 사무실과 집만 오간다. 주말이면 의무적으로 가족나들이를 하고 온전하게 나를 위한 시간 따위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이젠 그런 고민마저 사치스럽다고 여기게 되는 건 그만큼 미래가 불안하고 현재가 아픈 탓이다.근대는 "주체적 인간"이라는 이념으로 중세를 벗어났다. 현대는 "가면의 인간"에 의해 근대를 극복한다. 우리의 새로운 삶은 가면에 의해 운명의 노예라는 비극을 극복한다. 가면이 새로운 주체적 운명이다..추천 -
[비공개] 어느 설날의 풍경
겨울비가 내리는 마산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도로 옆 수백억 짜리 골리앗 크레인은 어느 신문기사에서처럼 어디론가 사라졌고 그 텅 빈 자리엔 무엇이 들어올까.오늘의 아픔은내일의 따뜻한 평화를 뜻하는 걸까,아니면 또다른 아픔을 알리는 신호일까.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내내 마음 한 켠의 불편함과 불안함은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추천 -
[비공개] KIAF 2016
KIAF 2016 (Korea International Art Fair)10.13 - 16. 코엑스매년 키아프를 가다가 최근 몇 년 뜸했다. 정신없이 바쁘고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미술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기도 했고 미술 종사자들과의 교류도 많이 끊어졌다.한 달에 두 세 번씩 보러 가던 전시도,지금은 몇 달에 한 번 갈까 말까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싶기도 하고 살아간다는 게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그 사이 미술 애호가가 늘었나 기대해보기도 하지만, 늘 그렇듯 미술 애호가도, 미술 시장도 제 자리 걸음이다.독서 인구를 조사해봤더니 늘지는 않고 책 읽는 사람들은 더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나. 미술도 그런 건 아닐까. 어느 순간 부의 상징처럼 미술 작품을 소장하고 소장한 사람들끼리 서로 환담을 나누고. 그래서 책 읽는 사람이나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자기 주위에 그런 사람들만 ..추천 -
[비공개] 비판의 자유, 혹은 메릴 스트립 수상 소감
오래전부터 한국 사회는 망가졌고 시스템은 과거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무척 당혹스러웠다.다행인지 몰라도, 작년 하반기. JTBC의 용감한 보도, 그 이후 이어진 촛불 집회가 있었다.아마 그것마저 없었다면 계속 수렁 속으로 빨려들어갔을 것이다.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니라 조금의 식견이 있는 이들은 모두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힘 있다고 믿었던 정치인들은 권력 앞에 무능력했고(공무원, 검사, 기업인들을 모두 한 통속이 되어 부패해졌고)평범한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야비로소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 하고 있는가를 깨달았다.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언론들은 정신차리지 못했으며, 학교는 무너졌고 그 곳의 실질적인 리더인 교수들은가장 추악한 면모를 드러냈다.(청와대 비서관들은 대부분 교수 출..추천 -
[비공개]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 심재훈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심재훈(지음), 푸른역사나라가 시끄럽다. 하긴 시끄럽지 않았던 적이 언제였던가. 어쩌면 이 나라는 그 태생부터 시끄러웠는지도 모르겠다. 아시아변방에 있는 작은 나라. 다행스럽게도 중국 문화권아래에서도 독자적인 언어와 삶의 풍속을가진 나라. 이 정도만으로도 제법 괜찮아 보이는데, 이건 내 생각일 뿐이다. 더구나이 책이 식자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무분별한 민족주의적 경향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한국사 연구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당연한 지적을 했는데도).하지만 이 내용은 책 후반부에 짧게 언급될 뿐, 나머지 대부분은심재훈 교수가 어떻게 공부했고 유학 생활은 어떠했으며, 고대 중국사 연구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산문들 위주다.그리고 미국 대학사회와 한국 대학 사회를 이야..추천 -
[비공개] 래디컬 뮤지엄 Radical Museology, 클래어 비숍(지음)
래디컬 뮤지엄 - 동시대 미술관에서 무엇이 '동시대적'인가?클래어 비숍 Claire Bishop (지음), 구정연 외 (옮김), 현실문화(저자의 website:http://clairebishopresearch.blogspot.kr/)지난 가을, 키아프(Korea International Art Fair)를 갔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을 관람했다. 이 두 이벤트의 묘한 대비는 무척 흥미로웠고 나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었지만, 그 뿐이었다. 키아프만 간 사람들과 국립현대미술관에만 간 사람들 사이의, 두 경향의 현대미술전시가 보여주는간극이메워지지 않을 듯 느껴졌다면, 심한 비약일까. 아트페어와 미술관의 전시는 전적으로 다른 것이다. 여기에서 같은 미술관 공간이라도 비엔날레같은 행사라면, 또 달라진다.이를테면 조르조 아감벤은 동시대를 시간적 파열temporal rupture에 근거한 상태로 상정하고, 이렇게 쓰고 있다...추천 -
[비공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The Sense of An Ending, 줄리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The Sense of An Ending줄리언 반스(지음), 최세희(옮김), 다산책방나는 우리 모두가 이러저러하게 상처받게 마련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80쪽)살아가면서 과거를 끄집어내는 일이 얼마나 될까. 삶은 고통스러워지고, 사랑은 이미 떠났으며, 매일매일 반복되는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이 세상은 한때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빛깔을 잃어버렸음을. 감미로운허위만이 우리 곁에 남아 우리 겉을 향기롭게 감싸며 근사하게 보이게 만들지만, 그것은 언젠간밝혀질 시한부 비밀같은 것. 그럴 때 그 과거는, 어쩌면 우리의 현재를 만들어낸 고통의 근원일까, 아니면 도망가고 싶은 이 세상 밖 어떤 곳일까."토니, 이제 당신은 혼자야."라고이혼한 아내 마거릿은 전화 속에서 이야기하지만, 그렇게 아내의 목소리가 전화 속에서 사라져 버리지만,토..추천 -
[비공개] 나의 서양음악순례, 서경식
나의 서양음악순례서경식(지음), 한승동(옮김), 창비한국과 일본은 참 멀리 있구나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서경식 교수의 유년시절과 내 유년시절을 비교해 보며, 문화적 토양이 이토록 차이 났을까 싶었다, 일본과 한국이.내가 살았던 시골, 혹은 지방 소도시의 유년은, 쓸쓸한 오후의 먼지 묻은 햇살과수평선이 보이지 않는 바다 풍경이 전부였다. 책 속에서 이야기되었던윤이상 선생의 통영에서의유년 시절은내가 겪었던 유년 시절과도 달랐다. 그가 통영에서 살았던 당시(20세기 중반)보고 들었을 전통 문화라는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서양 신식 문화랄 것도 내 유년시절에는 없었다. 전통 문화와 신식 문화 사이에서 길게 획일화된 공교육과 책을 읽으면 안 되는 자율학습과 텔레비전, 라디오,팝송이 있었다(이것들이 신식문화일지도 모르겠..추천 -
[비공개] 대학로 그림Grim에서
"글을 쓰지 않아요?"라고 묻는다. 매서운 바람이 어두워진 거리를 배회하던 금요일 밤, 그림Grim에 가 앉았다. 그날 나는 여러 차례 글을 쓰지 않냐는 질문을 받았다. 가끔 내가 글을 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스스로에게 묻지만 대답할 수 없다. 적어도 그것이 해피엔딩은 아닐 것임을 나는, 어렴풋하게 안다. 마치 그 때의 사랑처럼.창백하게 지쳐가는 왼쪽 귀를 기울여 맥주병에서 투명한 유리잔으로, 그 유리잔이 맥주잔으로 변해가는 풍경을 듣는다.맥주와 함께 주문한 음악은 오래되고 낡은 까페 안 장식물에 가 닿아 부서지고,추억은 언어가 되어 내 앞에 앉아,"그녀들은 무엇을 하나요?"라고 묻는다. 그러게. 그녀들은 무엇을 할까.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할까. 콜드플레이가 왔다는데,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나이는 시간을 먹고 나는 청춘..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