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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최초의 모험, 헤르만 헤세
최초의 모험헤르만 헤세(지음), 이인웅(옮김), 올재클래식스, 2018년"나는 작가의 역할이란 무엇보다도 회상시켜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언어를 통해 무상하게 사라져 갈 일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이며, 말을 걸어 불러내고 사랑에 찬 서술을 함으로써 지난 과거의 일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렇지만 옛날의 관념론적 전통에 따라 작가의 임무에는 어느 정도 선생님이나 경고해주는 사람이나 설교자로서의 기능이 결부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이를 교훈을 준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언제나 우리 인생에 혼을 불어넣기 위한 독려의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사물을 관조하는 일이란 연구하거나 비평하는 것이 아니다. 관조란 바로 사랑이다. 관조한다는 것은 우리 영혼의 가장 고귀하고 가장 소망할 만한 상태로서, 아무런 욕구가 없는 사랑을 하는 것이다."..추천 -
[비공개] 옥토버, 2017.12.8 - 2018.1.31. 아르코미술관 제 2..
옥토버2017.12.8 - 2018.1.31.아르코미술관 제 2 전시실몇몇 작품들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대단한 느낌은 없었다. 결국 설치작품들은 규모와 공간의 문제일까. 스펙터클이 중요한 것일까. 꼭 그런 건 아닐 것이다.작품을 보기 전에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거나 들어야 한다는 것은 작품의 해석과 수용에 치명적이다. 결국 조형 예술이 활자언어에 종속되어 그것의 해석/비평에만 의지하게 된다. 무채색의, 별 감흥없이 서있다가 설명을 듣거나 읽었을 때야 비로서 '아'하고 반응한다면, 그것은 독립적인 조형작품이 아니다. 대체로 이 전시의 작품들이 그랬다.현대 미술은 너무 자주 비평적 언어에 종속되어, 먼저 개념적 어젠다를 설정한 후, 마치 개념의 설계도를 따라가듯 작품이 만들어지거나, 그렇게 전시된다. 러시아 혁명에 대해 살펴보면서 한국 현대를 ..추천 -
[비공개]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브로크백 마운틴Close Range: Wyoming Stories애니 프루Edna Annie Proulx(지음), 조동섭(옮김), media 2.0,2006년잭이 말했다. "이 생각을 해봐. 나도 이번 한 번만 말하겠어. 있지. 우리는 같이 잘 살 수도 있었어, 진짜 좆나게 잘. 에니스, 네가 안 하려고 했어. 그래서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브로크백 마운틴 산 뿐이야. 거기 몽땅 다 있어. 우리가 가진 건 그것 뿐이야. 씹할 그것 뿐이라고.(...)" - 345쪽소설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은 앞서읽었던 거칠고 고통스러우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끝까지도 비명을 지르지 않는 사람들의 군상들과 겹쳐져, 위 문장 쯤에선눈물이 나올 정도다. 브로크백 마운틴 뿐이라니!아마 한국에서 특정 지역을 소재로 애니 프루처럼 소설을 썼다면, 소설이 나오자마자(아니면 대다수가 책 따윈 읽지 않으니 그냥 묻힐려나)작가에 대한 무수한 인..추천 -
[비공개] 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칠드런 액트 The Children Act이언 매큐언 Iwan McEwan(지음), 민은영(옮김), 한겨레출판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가 추천한이언 매큐언의 . 소설을 읽는 내내, 루시디가추천하는 몇 권의 책 안에 들 정도는 아닌데하는 생각하지만, 다 읽고 난 다음 그가 왜 이 소설을 왜 추천했는지 알게 된다.몇몇 이들은 이 소설을 영국의 아동법 등의 여러 법률에 근거한 법과 종교의 문제로 해석하지만, 그건 잘못된 해석이다. 판사가 나오고 소설의 많은 장면들이 법정이거나 법과 관계된 사람들로, 혹은 종교와 관계된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이를 법과 종교의 문제, 그 갈등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면, 모든 이들이 탁월한 소설 비평가가 될 것이다.결국 읽는 이에 따라 소설에 대한해석은달리 되어,터무니없이낮게 평가되거나비상식적으로 높게 평가되기도 한다. 나..추천 -
[비공개] 책이 되어버린 남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
책이 되어버린 남자 Das Buch알폰스 슈바이거르트(지음), 남문희(옮김), 비채, 2001원제는 '그 책'이고 내용은 번역본 제목 그대로 책이 되어버린 비블리 씨에 대한 것이다. 정말로 책이 된다. 책이 되어 사람을 공격하기도 하고 서가에 꽂히기도 하며 읽히기도 하고 땅 속에 파묻히기도 한다. 그러나 책이나 독서에 대한 깊은 사색이 묻어나오지 않으며 그저 책이 된 채 떠도는 이야기이다. 독특하기는 하나 깊이 없다. 책은 짧고 금방 읽힌다. 그리고 왜 읽었을까 하고 반문한다. 그래서 책 앞에 인용된 독일 저널들의 찬사는 어색하고 난감하다. 왜냐면 내가 잘못 읽은 게 아닌가, 내 감식안이 형편없는 건 아닌가 하고. 제목은 사람의 시선을 끌지만, 시간 내어 이 책을 읽진 말자.(그래서 독일 아마존에서 이 책을 찾아보았으나, 나오지 않는다. alfons schweiggert..추천 -
[비공개] GM 철수에 따른 의견들 - 중앙선데이 특집 기사를 읽고
GM 철수가 남의 일 같지 않다. 하긴 나이 들고 남의 일 같지 않은 일이 한두 가지일까.지금 고향인창원(마산, 진해 포함)도 경기가 엉망인데, 그 곳의 경제를지탱하던 한 축인조선업이 엉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STX조선이 무너지자, 관계된 여러 기업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졌고,월세나 전세집이 나가지 않으며,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심지어 어린이집들까지 폐업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기업의 생존은 기업 구성원을 너머 그 지역 사회에서 매우중요하다. 그러니 군산에서의 GM 철수는 GM군산공장에 다니는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지난 주 중앙선데이에서 이라는 특별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이번 GM사태는, 실은 예상된 문제라고 지적한다.여기에 대해 나도 깊이 공감한다.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GM는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죽다 살아났..추천 -
[비공개] 지적 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 자본론마스다 무네아키(지음), 이정환(옮김), 민음사처음 읽을 땐 꽤 시간이 걸렸다. 두 번째 읽을 때 금방 읽었다. 그러나 처음이나 두번째나 이 책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은 똑같았다. 도리어 늘 고객가치라는 단어를 듣고 읽지만, 정작 실무에선 그걸 잊어버린다는 걸,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깨달았다.고객 가치를 우선하라. 세계 최초를 추구하는 일의 공허함 (12쪽)우리는 고객 중심이라는 이야기를 떠들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을 적용하며 오랜 기간의 관찰과 설문,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도 정작 놓치는 것이 고객 가치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실현하기 어려운 게 고객 가치다. 어쩌면 고객 가치를 추구하는 많은 기업들은 고객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 제안되는 고객 가치들끼리의 경쟁 구..추천 -
[비공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무라카미 하루키(지음), 양윤옥(옮김), 현대문학소설 쓰는 게 영 쉽지 않다는 걸 깨달은 후부터 소설 쓰는 법에 관심을 기울인 듯 싶다. 실은 소설 쓰는 법 따윈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 소설 쓰는 법을 배우고 소설가가 되는 경우보다, 그냥소설가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우연히 소설가가 되고 소설가로서의 명성을 쌓은 후,몇몇 작가들은 소설 쓰는 법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나는 그 작법 이야기를 읽거나 듣는다. 결국 내가 소설 쓰는 법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소설 쓰기와는 무관하게, 소설 쓰기에대한 동경 같은 게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그리고소설 쓰는 법을이야기할 정도로 수준 있는 소설가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내 동경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일지도.젊은 하루키가 이제 노년의 하루키가 되었고, 나는 ..추천 -
[비공개] 헤밍웨이의 말, 헤밍웨이
헤밍웨이의 말헤밍웨이(지음), 권진아(옮김), 마음산책헤밍웨이가너무 유명했던 탓에,내가 그를 읽은 건 고등학생 때였다. 이것이 세계문학전집의 폐해다. 헤밍웨이의 소설들 - 나 -을 고등학생이 읽고 이해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그리고 그 시절 이후 헤밍웨이를 읽지 않았고, 이 사실마저도 이 인터뷰집을 읽으면서 새삼 알게 되었다.이 책은 헤밍웨이가 말년에 행한 인터뷰들을 소개한다. 뭔가 깊이있는 이야기가 나오기 보다는, '아, 헤밍웨이구나'정도랄까. 그래, '헤밍웨이'."작가는 우물과 비슷해요. 우물이 마르도록 물을 다 퍼내고 다시 차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규칙적인 양을 퍼내는 게 낫습니다.""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고 끝냈을 때는 계속 쓸 수 있습니다. 시작만 할 수 있으면 괜찮아요."하지만 글쓰기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추천 -
[비공개] 은유가 된 독자, 알베르토 망구엘
은유가 된 독자알베르토 망구엘(지음), 양병찬(옮김), 행성비, 2017년독자란 무엇이고 독서란 무엇일까. 책과 독서에 대해서라면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알베르토 망구엘은 이제 책 읽기와 여행, 은둔과 고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아우구스티누스에게 독서란 '텍스트를 독파하는 여행'이다. 여행을 통해 탐구된 영역은 기억의 영역에 저장되고, 그 과정에서 미지의 영역은 점차 익숙한 영역으로 편입되면서 흐릿해진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은 계속된다. " 전체에 적용되는 원리는 각 문단과 구절에도 적용된다. 뿐만 아니다. 그 원리는 인간의 삶 전체에 적용되며, 인생의 각 부분에도 그러하다. 인류의 역사 전체에 그러하며, 개인의 인생사에도 또한 그러하다." '독서의 경험'과 '삶의 여정에서 겪는 경험'은 거울처럼 서로 비춘다. (31쪽)독서에 대한 많은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