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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더 랍스터.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45일안에 커플이 되지 않으면 동물로 변신시켜버리는 호텔이 있다. 아니 그전에, 짝을 짓고 이를 유지하는데 실패한 사람들을 유배시키는 사회가 있는 거다.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 발사이즈는 14인지 15인지 그 중간의 선택지는 도무지 제공하지 않는 호텔은 그렇게 결혼을 강압하는 사회의 반영인 셈이다.짝을 찾을 의욕도 없어 보이던 사람들은 사회와 호텔로부터 탈출한 자발적 외톨이들을 사냥하는 경험과 동물로 변할 거라는 공포감에 떠밀려 짝을 찾아나선다. 거짓으로 공통점을 꾸미고 우연을 가장해 짝을 구하는 과정은, 마치 섹스중이던 채털리부인이 차가운 정신으로 한발뒤에서 바라보던 우스꽝스런 엉덩이의 움직임과 같다. 열정과 로맨스는 없고 기계적인 몸짓뿐이다.짝을 찾은 후에 위기가 닥쳐도 걱정없다. 호텔은 그들에게 아이를..추천 -
[비공개] 서해 영흥도의 십리포해수욕장 그리고 통일사
서해 인천에서 대부도, 선재도, 그리고 영흥도까지 다리로 전부 이어져 사실상 육지와 같은 셈. 다리가 이어지는데전깃줄이라고 못 이어질리 없다. 온통 사방으로 치렁치렁한 송전탑들.선재도와 영흥도를 잇는 다리.그리고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의 해안데크. 잠깐 산책할 정도, 일이십분 정도의 거리가 편도로 만들어진 길이라서올라섰을 때 챙겨들었던 맥주캔이 홀딱 비워지고는 빈 깡통만 들고 돌아왔다.멀찍이 신기루처럼 보이는 풍경은 아무래도 인천인 듯.살짝 성수기를 빗겨난 해수욕장엔 둘둘이 짝지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왠지 멀찍이 보이는 송도의높은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하니 미래소년 코난이라거나 로스트라거나 난파구조물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기도.서기 2046년, 지구는 멸망했다. 쓰나미에 쓸려가지 않고 용케 남은 자..추천 -
[비공개] 차를 달려 이어지는 섬, 선재도의 측도
선재도 옆에 바싹 붙어있어서일까, 측도라는 이름의 섬. 바다가 빠지고 나서 거칠한 자갈길이 드러나고 나면전봇대가 측도로 내달리고 그 옆으론 차들이 드문드문 지나게 된다.측도까지 덜컹덜컹 내달린 길이 끝나고, 어디든 차를 세울 만한 곳에 세워두고는 타이어랑 휠베이스를 챙겨보게 된다.천천히 달린다고 달렸는데도 워낙 모가 날카롭게 선 돌들이 사방으로 튀던 길이었던지라.조그마한 섬이니 설렁설렁 한바퀴 돌아보는 걸로. 이렇게 담쟁이가 무성하게 건물을 덮고 있기도 했다.파스텔톤으로 이쁘게 탈색된 슬레이트 지붕.윤기나는 새빨간 색으로 물든 고추는 햇살 아래 잘만 말라가고.멀찍이 서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어느 언덕 위의 집에서는 자잘한 생선을 이렇게 말리는가 하면.어느집 우체통은 바닷바람을 잔뜩 머금고 이렇게 벌겋게 녹..추천 -
[비공개] [집짓기의 기록] 30(마무리). 입주+한달
입주한지 한달, 이곳에서 서울을 오가며 출퇴근하는 삶에 어느정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집안 내부사정은마무리진 것과는 거리가 먼 상황. 보수를 좀더 해야 할 부분도 있었고, 실내계단을 마감하는 것도 그랬고.(어차피 내 집은 아니고 부모님댁이니 난 별로 한 건 없지만서도)외부에도 몇가지 변화가 있었던 건 집에 들어오는 작은 다리에 저런 울타리를 설치했고, 집의 사방에서 볼 수 있는CCTV를 설치했고, 마당의 잔디는 좀더 싱싱하게 자라는가 싶더니 최근 급락한 기온 탓에 누릇누릇해졌다.아, 집앞에 작은 가로등을 설치한 거랑 잔디등을 쭈르륵 늘어뜨린 것, 그리고 현관앞에 이렇게 등도 달았다.내부까지 완전히 마무리되기를 기다리기는 요원한 노릇, 일단 한달이 지난 지금쯤의 현황을 정리하고 기록을매듭짓는 게 낫겠다 싶어, 현관문..추천 -
[비공개] 32_화장실은 어디에 있나요. (@ 서울 선릉역 인근)
아마도 선릉역 인근의 코코브루니였던 거 같은데,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의외로 여자화장실이었다. 화장실 근처로자리를 잘못 잡았던 게 되려 저런 재미난 표지판을 인지할 수 있었다. 아주 심플한 모양새로도 누가 봐도 여자임이분명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위에 정식의 심심한 표지판을 하나 더 얹었다.남자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 누가 봐도 남자일 수 밖에 없는 그림으로 분명히 의미를 전달하고 있음에도 재차문자와 클리셰에 가까운 이미지를 통해 실수의 여지를 제로에 가깝게 끌어내렸다.추천 -
[비공개] 싱가폴 마리나베이샌즈와 랜턴바의 야경
가든스바이더베이에서 마리나베이샌즈를 건너온 길, 멀찍이 플라이어가 보인다.그리고 마리나베이더샌즈 앞에 앉아 바라본 센트럴 지구, 계속된 간척사업과 재개발로 한껏 높아진 건물들이 촘촘하다.어느 정도 걸어나와 되돌아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연꽃을 따서 만들었다는 박물관이 하얗게 둥싯 떠올랐다.그리고 최고의 과일 두리안을 따서 만들었다는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의 야경.저 멀리 휘황한 노랑빛으로 빛나는 플러튼 호텔.그리고 싱가폴강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길에 주욱 이어지는 길가 음식점들. 저중 어딘가 칠리크랩을 유명한점보가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그리고 랜턴바. 플러튼호텔에서 새로 지은 원 플러튼 호텔의 야외에 있는데 뷰가 상당하다.헤이즈가 심한 날에도 질 수 없다는 듯 온통 그악스럽게 불빛을 밝힌 건물들 틈새..추천 -
[비공개] 31_화장실은 어디에 있나요. (@ 서울 이화동 부근)
이화동 인근의 어느 까페였던 거 같은데, 무심코 들어간 화장실에 남녀 구분을 이렇게 심플하고 명료하게 해놓은 거다.원목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문짝에다가 하얀색 페인트로 깔끔하니 눈에도 잘 띄고 이쁘기도 하고. 맘에 들었다.여자화장실에도 마찬가지, 다소 밋밋해보였던 남성의 그것에 비하면 제법 배려를 많이 한 듯 큼지막한 모양새를띄고 있다는 점에서 디자이너가 얼마나 섬세하게 고민했는지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겠다.추천 -
[비공개] 서해 선재도가 거느린 조그만 기적, 목섬.
시화방조제 위를 열심히 달려 대부도, 포도밭이 지천인 대부도를 주파해서 도착한 선재도 입구. 대부도와 선재도를잇는 선재대교의 끄트머리가 선재도에 닿자마자 바로 왼켠으로 보면 그야말로 자그마한 언덕 하나가 모래사장으로연결되어 있다. 마침 물때가 맞아 흔히들 '모세의 기적'이니 '바닷길'이니 하는 그게 열려서 선재도와 목섬을 이었다.육안으로 보기에도 고작 이삼백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데다가 저걸 섬이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작아서 그렇게떠들썩하게 알려진 포인트는 아닌 것 같지만, 바닷길을 건너서 이리저리 다니다보니 여긴 나름 굉장한 매력이 있다.도톰하게 일어선 저 '신비의 바닷길' 이외에도 내키는 대로 목섬 너머 발길 닿는대로 걷다보면 어느새 이렇게멀리까지 나가게 되는 거다. 서해가 워낙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크니까..추천 -
[비공개] 싱가폴의 두리안 성지, 겔랑로드를 찾아라!
동남아로 여행을 갈 때마다 버킷리스트에 넣는 것 중 최우선 순위를 늘 다투는 건 '두리안 먹기!'그러다보니 현지에 도착해서 현지인들에게 어디가면 두리안을 먹을 수 있는지, 어디가 특히 맛있는 집인지 등등을캐물어보고는 아무리 먼 곳이라 해도 기필코 찾아가는 거다.싱가폴에서 일하는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감히 과일지왕 왕중지왕 최고존엄 두리안님을 앞에 두고) 어떻게 그런과일을 좋아하냐는 투의 깜짝 놀란 표정을 잠시 보이고는, 겔랑로드에 가면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모호한 힌트를 준다.하지만 그 정도 힌트면 충분. 이미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도 북적대고 수상쩍은 냄새로 가득한 시장통 한복판의한줄기 두리안 향기를 따라 기어코 두리안 가게를 찾아냈던 나다. 다짜고짜 겔랑로드로. 나머지는 코에게 맡기고.빙고! 심 스트리트(Sims ..추천 -
[비공개] 시화방조제에서 내다보이는 인천.
마음이 답답하던 어느날, 서해의 섬들을 돌아보기로 하고 무작정 나섰던 날.대부도로 가서 선재도니 승봉도니 돌아볼 생각이었다. 마침 백령도 아랫쪽 섬들에 가닿는 뱃삯을 50% 할인해준다는이야기도 들었고. 급할 것은 없었으니 설렁설렁 달리다가 잠시 차를 멈춘 곳은 인천에서 대부도로 넘어가는시화방조제. 덕분에 대부도로부터 선재도, 영흥도까지는 연육교로 이어진지 오래다..그리고 대부도와 오이도를 잇는 시화방조제중간 어디메쯤 낚시배들이 들고 나는 선착장, 빨간 옷을 입은 여성이아이스박스를 깔고 앉은 왼켠에는 파란 옷을 입은 남성이 쪼그려 앉아 그들의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