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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채워야 비울 수 있다
흔히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근데 그게 가능할까? 비우고 싶다고 비울 수 있을까, 내려놓고 싶다고 내려놓을 수 있을까? 그건 노력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비우기 위해서는 일단 채워야 한다. 채운 다음 비울 수 있다. 채운 것이 없는데 무얼 비운단 말인가? 특히 이런 말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 철이 없다, 철이 들었다고 할 때의 철은 계절을 뜻한다. 철이 들었다는 말은 철에 맞는 행동을 하는 걸 뜻한다. 2~30십대는 계절로 하면 봄이다. 씨를 뿌리고 열심히 땀을 흘리는 계절이다. 꽉꽉 채우는 계절이다. 밑천을 장만하는 시기다. 돈이 될 수도 있고, 전문성이 될 수도 있고, 인맥이 될.......추천 -
[비공개] 몰라도 좋을 것
“정신질환은 정보혁명과 같이 급증해 왔다. 미국인 4000만 명이 여러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5명에 한 명꼴이다. 경찰관 숫자보다 정신치료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을 지경이다. 뉴욕대학의 정신의학과 레오폴드 벨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공동체를 정서적 오염에서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매일 정보 과부하, 이로 인한 정서적 오염을 경험한다. 우리 조상은 귀를 씻거나 나쁜 사람 근처에는 가지 않는 식으로 이를 예방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 혹은 전체에 대해 알기 싫어진다. 이 엄청난 정보의 양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두뇌는 일정양의 정보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추천 -
[비공개] 실 관련 한자
방적(紡績)과 방직(紡織)의 차이를 알고 있는가? 방적은 실을 만드는 것이고, 방직은 실로 옷을 만드는 것이다. 원래의 실은 너무 가늘어 쓸 수 없다. 이게 한자로 가는 실 糸(멱)이다. 실 꾸러미 모양인데 실을 만들기 위한 원자재다. 멱이 두 개 모여 실 絲(사)가 된다. 가는 걸 꼬아 만든 보통의 실이다. 요즘 말로 하면 방적이다. 관련한 한자를 몇 개 살펴보자 첫째, 等級(등급)할 때의 등급 급이다. 糸 플러스 미칠 급及이다. 실이 미치는 길이에 따라 분류한 게 등급이다. 긴 실은 상품이고, 짧은 실은 하품이다. 둘째, 축소縮小 할 때의 줄일 축이다. 糸(멱) 플러스 잘 宿(숙)이다. 실이 하루 자고 나면 줄어드는 걸 보고 만든 글자다. 특.......추천 -
[비공개] 지덕체와 체덕지
지덕체를 갖춘 인간이 되자. 어린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내용이다. 중요성을 의심한 적이 없다. 근데 순서에 대해 요즘 의문을 품는다. 아는 게 그렇게 중요할까? 아무리 알아도 체력이 없거나 싸가지가 없으면 소용없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난 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몸이 먼저다’’고수의 몸 이야기’같은 책을 썼다. 그 다음은 덕이다. 덕이 재능을 앞서는 ‘덕승재’를 지향한다. 그 다음이 지란 생각이다. 근데 이는 나만의 생각이 아니다.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 역시 지덕체가 아닌 체(體)덕(德)지(知) 순으로 아이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이론에 따라 이튼스쿨 등 영국의 명문 학교는 지금도.......추천 -
[비공개] 술 관련 한자
돌아가신 아버님은 술을 좋아하지 않으셨다. 하지만 제사상에는 꼭 술을 올렸다. 왜 좋아하지도 않은 술을 올려야 하는 것일까? 왜 제사에는 술이 빠지지 않을까? 난 그게 궁금했다. 근데 한자를 공부하면서 조금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술에는 존경의 의미가 있다. 한 부족을 다스리는 두목 酋(추)가 그렇다. 추장(酋長)할 때의 그 추다. 이 글자는 술병을 뜻하는 술병 酉(유)위에 八(팔)자가 있다. 술이 익어 술병에서 냄새가 나는 걸 표현했다. 익은 술은 두목에게 먼저 올린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거기서 유래한 한자가 존경할 때의 존尊이다. 높을 존이다. 추장 酋(추) 플러스 받들 廾(공)이다. 익은 술을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치는 것.......추천 -
[비공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주변에 노처녀 노총각이 즐비하다. 비혼주의자는 아니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결혼하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결혼 얘기만 나오면 이들은 늘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한다. “아직 좋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결혼하겠다”는 것이다. 그 얘길 들을 때마다 몇 가지 질문이 머리 속을 맴돈다. “좋은 사람이란 누구일까? 좋은 사람이 이 사람과 결혼하려고 할까?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 좋은 사람과 결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못된 사람인데 좋은 사람이 나를 좋아할 리 없다. 근데 좋은 사람은 누구일까?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친절한 사람, 측.......추천 -
[비공개] 자랑의 종말
기러기 두 마리와 청개구리 한 마리가 친구가 됐다. 가을이 되어 기러기는 남쪽으로 가야 했다. 기러기들은 “너도 하늘을 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얘기했다. 순간 묘안을 생각했다. 나뭇가지를 양쪽에서 물게 하고 자신은 그 가운데를 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멋지게 날고 있는 땅 위의 청개구리들이 부러워 박수를 치면서 물었다. 도대체 저런 아이디어를 누가 낸 거야? 청개구리는 “바로 나…”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땅에 떨어져 죽었다. 자랑의 종말이다. 공은 내세우는 순간 날아가 버린다. 스스로 자랑하는 자는 공이 없고, 스스로 과시하는 자는 오래가지 못한다. 도와 함께 하는 사람은 자신을.......추천 -
[비공개] 새 隹
자주 한강변을 산책하는데 사람이 지나가면 나무에 모여 있던 참새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문득 모일 集(집)이란 한자가 연상된다. 집합(集合)할 때 사용하는 모일 집(集)은 나무 목(木) 플러스 새 隹(추)다. 나무 위에 참새들이 잔뜩 모여 있는 형상이다. 새 추隹는 새의 모양을 형상화했다. 대체로 새 鳥(조)는 새의 종류를 나타내는 데 비해, 추(隹)는 새의 속성을 나타낸다. 관련한 한자를 살펴보자. 첫째, 참새 雀(작)이다. 작을 小(소) 플러스 새 隹(추)다. 작은 새인 참새를 나타낸다. 관련 한자로는 작설차 雀舌茶가 있다. 난 처음 이 차의 이름을 들었을 때 작살을 낸다는 걸로 이해했다. 그게 아니었다. 작설은.......추천 -
[비공개] 절차탁마
나름의 계획과 준비가 중요하다. 나만의 정과 망치를 가져야 한다. 떼어내고, 조각하고, 다듬고, 윤을 내야 한다. 윤 내기는 작품의 마지막 단계다. 인생에 비유하자면 온갖 시련을 견뎌내고 성공한 사람의 얼굴과 같다. 그런 사람의 얼굴은 성취감으로 빛이 난다. 하지만 대리석에 윤을 내는 작업은 반드시 마지막에 행해져야 한다. 윤을 내기 전 우선 깎아내고 조각하고 다듬어야 한다. 대리석에 윤부터 낸다면 아무것도 완성하지 못한다. 윤을 내기 전 우선 깎아내고 조각하고 다듬어야 한다. 우리 삶도 그렇다. 필요 없는 것을 떼어내고 다듬으며 인생을 조각하는 것이다. 사람들과 어울리고 정보를 받아들이고 삶에 형태를 부여해야 한다. 그.......추천 -
[비공개] 머리 관련 한자
머리 首 일본에서 회사를 잘렸다는 말로 흔히 ‘구비’란 단어를 쓴다. 구비는 바로 머리 수(首)를 뜻한다. 속된 말로 모가지가 잘렸다는 뜻이다. 옛사람들에게 머리는 어떤 존재일까? 첫째, 길 道(도)를 보자. 머리 수(首) 플러스 갈 착(辶)이다. 머리가 가는 곳이 길이란 뜻이다. 마음이 가는 곳으로 머리는 움직인다.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뜻한다. 도로(道路), 도리(道理), 도덕(道德) 등에 쓴다. 둘째, 인도할 導(도)다. 길 도(道) 플러스 마디 寸(촌)이다. 가야할 길을 손으로 인도한다는 의미다. 인도(引導), 지도(指導), 반도체(半導體) 등에 쓰인다. 셋째, 고을 縣(현)이다. 매달 県(현) 플러스 이을 系(계)다. 매달 현은 머리 首를.......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