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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고무줄 시계
욕실에서 아들의 시계를 발견했다. 회사까지 갖다줄 수도 없고 아들의 책상 위에 가져다 두었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있기도 하거니와시간의 감이 생겨나서 어림짐작으로 지내지만내가 이십대였을 때만 해도 시계가 없으면 몹시 불편했었다. 잠깐만 기다려달라는 은행원의 말이 이렇게 길 줄이야. 버스가 곧 도착할텐데 은행원은 무슨 연유에선지 일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재촉을 하니 곧 끝난다고만 한다. 기다릴 수록 길어지는 느낌은오래도록 지속되었다 간신히 일을 마치고 정류장으로 달려갔는데 버스가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뒷 꽁무니에 대고 아쉬움의 손짓만 해본다. 은행에서 기다린 시간이라고 해봐야 고작 십여분.......추천 -
[비공개] 복덕방에서 생긴 일
오래전 사람들은 왜 복덕방이라는 단어를사용했던 것일까.하필이면 부동산 경기가 최악일 때집을 내놓았던 것이다. 거의 일년 가까이가 다 되어가는데도 거래가 이루어질 기미가 안 보였다.얼마전 다급해진 중개인이 가격 흥정을 하자고 한다. 시세보다 가격을 다운시켰더니 드디어 나타났다. 나보다 위이거나 또래일 수도 있는 그 여인은 아들 명의로 집을 사두는 것이라 했다."집을 싸게 사셔서 좋으시겠어요." 내가 속이 살짝 뒤틀린 말을 건네자 그 여인도 이내 답을 했다. "제 복이지요." 그 소리는 내 복이 데구르르 굴러서 그 여인의 발밑에 가서 멈추는 소리였다.난 비싼 복을 싼값에 건네주고.......추천 -
[비공개] 똥지 일기장
일기쓰기만 없으면 살 것 같았던 때가 있었다. 초등 시절, 방학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었다. 방학때만 되면 집에는 커다란빈 공책이 놓여졌다. 아버지는 일명 똥지라고 불리우는 갱지로 일기장을 직접 만들어 갖다 놓으셨다. 친구들의 일기장보다 두 배나 큰 그 일기장을 받으면 부담감과 동시에 창피함이 두 배로 커졌다.친구들의 일기장은 겉표지부터 번지르르 했고 속지는 그들의 속살처럼 뽀얬다.누런 종이 위를 크레파스로 먼저 채우고 나머지는 글을 채워보았지만여백이 많이 남았다. 여백을 채우지 못해밤새 낑낑거리던 때가 아련하다.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얼굴을 붉히며 선생님께 제출했는데매번 그 일기장으.......추천 -
[비공개] 지금, 커피가 좋다
커피숍에 가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그 곳에 앉아 있으면 나도 같은 부류라는 생각이 든다. 《자동 부자습관》에서는작은 돈을 절약하고, 그렇게 저축한 돈을 복리로 굴려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하는데...매일 커피값 오천원씩 20년간 6프로로 저축했을 때 7천만원이 되고, 물가상승률까지 계산한다면 5천3백만원이 된다. 그 돈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차라리 지금 쓰고 말겠다.좋은 사람을 만나고, 책도 읽고, 글을 한 줄 적을 것이다.추천 -
[비공개] 밥심이 자란다
밥심이 자란다 / 문 정건물 안쪽 구석에 누가 먹다 남은 식당 쟁반이 널부러져 있고거의 손도 대지 않은 밥 공기가 보인다.알들끼리 서로 보듬고 하얗게 뭉친 쌀밥.쌀의 힘을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이십대 시절 다이어트를 한다고 얼마나 많은 쌀알을 버리고빵을 찾았던가글루코사민, 루테인, 오메가 쓰리 등 이름도 어려운 영양제를 복용해 보지만 힘에 부친다. 삼시 세끼 쌀알을 영양제처럼 꼬박 챙겨 먹어 보니 알겠다. 알끼리 뭉쳐지면북풍에도 쓰나미에도끄떡없다는 것을나의 힘은 한 알의 쌀에서 나오고 있었다.스시 나라 아베햄버거 나라 트럼프가 밥의 힘을 알기나 할까.남녁 들판이 곧 황금색으로 물들 것이다. 밥심이 자.......추천 -
[비공개] 첫집
세입자가 나간 빈집의 문을 열자 휑한 공기가 먼저 달려와 반긴다. 욕실, 주방, 작은 방을 지나 안방으로 들어갔다.단단하던 벽이 뻘쭘한 자세로 나를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내가 주인인지 객인지 구분을 못할 수도 있겠다 싶다.이 집이 빈집이었을 때가 이십 여년 전이었으니까. 내 생애 첫집이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 때는벽만 봐도 심장이 벌렁거렸었다.하얀색 페인트를 뚝뚝 흘려가며 마치 첫날밤 연인의 몸을 구석구석 들여다 보 듯 붓질을 했었다. 그 이후로 진짜 내 집이 됐었다. 중개인에게 집을 내놓고 나오다가뒤를 돌아보니 꼼짝 못하는 자세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뒤돌아 보지 말아야지절대로 뒤돌아 보면 안 돼주문.......추천 -
[비공개] 이중 유리
"유리는 한번 금이 가기 시작하면 계속 뻗어나가지요. 여태 갈지도 않고 오래도 참으셨네요." 가게 전면 유리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일년이 넘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 금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투명테이프를 붙여가며 그럭저럭 지내고 있었다. 다행히 사람들은 쉽게 알아보지 못했다. 금은 마치 생물인 듯 매일 자라났다. 아기 엄지 손가락만 하던 것이 내 검지손가락만큼 자라더니 급기야 쭉쭉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갔다. 어느덧 유리 전체에 금이 간 것이다. 업자가 금이 간 유리를 툭툭 쳐보더니 "얇은 유리 두 장이었네요. 너무 얇아서 깨진 거였네요." 그 사람과 금이 간 채로시댁에서도 부부동.......추천 -
[비공개] 유부초밥 맛있게 만드는 법 - 옥수수 유부초밥 도시락 만들기
유부초밥 만드는 방법은 넘넘 쉽고또 아이들도 잘 먹어서 자주 만든답니다.유부초밥은 재료를 섞어주기만 하니까난이도면에서 최하위일 듯..그래서 유치원에서 실습용으로유부초밥 만들기를 하더라구요.옥수수를 넣은 유부초밥을 만들어 보았습니다.냉장고에 먹다남은 재료를 이용하기에 유부초밥만한 게 없어요.입맛 까다로운 아이들도그 안에 무엇이 들어갔는지 모르고맛있게 먹어서 저만의 눈속임용 메뉴랍니다. ㅎ 유부초밥 재료유부와 단촛물, 뿌릴 수 있는 천연조미료, 잔멸치볶음, 김가루, 통깨유부 준비는 시중 마트에 가보면다양한 유부초밥 재료가 준비되어 있는데단촛물이 들어가 있는 걸 구매하시면 되요.유부는 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