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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나무와 달"에 대한 검색결과1229건
  • [비공개] 뎃생 시간

    뎃생 시간 / 문 정일주일에 한 번 있는 그림 그리는 시간, 커다란 스케치북을 책상 위에 펴놓았다. 정물을 그리라는 선생님의 주문에 따라수강생들은 앞에 놓인 운동화를 따라 그리기 시작했다. 뎃생은 4B연필 하나로만 그려야 한다.선들이 겹쳐지고 포개지고 덧씌워지면서입체가 서서히 나타났다. 선 하나를 그려넣을 때마다 내 호흡도 골랐다. 나의 숨결로 그려지고 있었다. 운동화를 그렇게 숨결로 채우기까지 꼬박 두 시간이 걸렸다. 운동화보다 몇 곱절 큰 내 몸, 선으로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예 아니오 사이에서 방황하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있다.양분된 사회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낑겨 살던 삶,밝음과 어둠만이 존재.......
    나무와 달|2020-02-02 10:25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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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2월 9일을 기다리며

    2월 9일을 기다리며 / 문 정'네가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고 묻는다면영화 기생충에 나왔던 배우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인기는 나무처럼 무성해지고 있다. 달처럼 지구를 한 바퀴를 돌고 있다. 영화 기생충엔 내가 모르는 배우들이 나온다. 그들의 연기는 장독 속에서 푹 삭힌 청국장 같다. 오래도록 어두운 곳에서 서서히 익힌 맛이 난다. 발효된 연기가 내 눈과 코를 찌른다. 그들이 쏘아올린 공이 헐리우드 창공에 떴다.영화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더니 이젠 미국 아카데미 수상을 바라보고 있다. 2월 9일을 기다린다.
    나무와 달|2020-01-30 11:36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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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고양이의 눈 속으로

    고양이의 눈 속으로 / 문 정먹이를 찾고 있는 듯한 두 눈이 가게 앞에 와 있다. 금속성분이 섞인 듯한 날카로운 빛. 그래서 고양이의 울음은 송곳처럼 날카로운가. 차가워서 끌리는 어느 눈동자를 닮았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비 아저씨의 말을 무시하고 난 고양이의 눈 속으로 들어갔다. 아기 고양이를 데려다 키운 적이 있었다. 자랄수록 까만 눈동장엔 적막이 흘렀었다. 눈동자는 나의 푸념들을 모조리 흡수하는 듯 내 타는 속처럼 까맸었다. 적당한 안압을 유지하며 움직이는 고양이는 나와는 차원이 다른 족속이었다. 그 때도 나는 가게를 운영하느라 동분서주, 안절부절하고 있었으니까. 고양이는 늘 불안한 나와는 거.......
    나무와 달|2020-01-24 12:24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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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 문 정머리 손질을 하다가 손거울을 들고 뒷모습을 비추었더니 내 뒷통수가 앞에 있는 전신용 거울에 훤히 나타난다. 손거울을 내가 아닌 전신 거울을 향해 비추는 놀이를 가끔 한다. 거울 속에서 거울은 무한 복제 능력을 갖고 있다. 큼지막한 얼굴이 점점 작은 얼굴로 복제되면서하나의 소실점을 향한다.그가 나의 거울이 되어주었을 때, 그 안에서 또 다른 내가 끊임없이 복제되길 원했다. 같은 음식, 같은 취미, 같은 생각이 한데 뭉쳐야 완전한 합일이라 생각했었다. 그는 다려진 셔츠가 구겨진 채로 보이는 기이한 거울이었다. 평행의 끝은 소실점이라지만 우리의 평행선에는 소실점이 없었다. 오랜 시간.......
    나무와 달|2020-01-22 10:06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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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뇌의 온도가 궁금하다

    뇌의 온도가 궁금하다 / 문 정뜨거운 물 속에 개구리를 넣으면 튀쳐나온다. 하지만 미지근한 물 속에 넣어두면 서서히 익어가다 죽는다. 가게 바로 앞에 민들레 요양원이 있다. 간혹 부축을 받으며 들어가는 치매 노인을 보게 된다. 노인의 뇌 주머니 속 세포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어릴 적 민들레 꽃밭에라도 날아간 것일까. 노인도 개구리처럼 뇌세포가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최근 읽었던 과학 서적에 의하면, 미국 골드만삭스에 로봇 사원이 입사를 했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수십 명의 세계 최고의 박사들을 모두 몰아내고, 그 자리에 로봇이 앉아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단 두 명의 박사가 남아 로.......
    나무와 달|2020-01-21 09:21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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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설 대목

    기름에닭을, 을매나튀겨, 겨울인가배, 배민이깡패, 패버려배민, 민폐끼칠각, 각오는된겨, 겨우버틴다, 다가온설날, 날마다고비, 비법은없다, 다어데갔어,어서들와좀, 좀더버티자,자다들힘내, 내이것들다,다시태어나, 다팔고싶다,다죽여버려, 여기서그만!온라인 카페 치킨 사장님들은 한가할 때면 이렇게 끝말잇기를 한다. 설대목을 타는지 온동네가 조용하고 밤은 깊어만 간다.
    나무와 달|2020-01-15 07:56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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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전족은 신분상승의 탈출구...을 읽고

    전족은 천년이나 이어져 온중국의 악습 중의 악습이다. 여자의 발을 10센티미터,아기 신발에 꽁꽁 싸매어평생 가두어 놓는 풍습이다. 전족이 왜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여자들의 바깥 출입을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전족을 좋아하는 남자들, 일명 전족광들은 전족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즐겼고전족경연대회는 지방마다 있었으며여기에 참가하지 않는 여자는시집을 갈 수가 없었다.전족은 신분상승의 탈출구였기 때문에하류층일수록 기를 쓰고 발을 싸맸다.청나라 때 만주족들에 의해 전족 금지령이 내려지자 그들은 전족을 숨어서 했다.마치 일제시대 때 단발령에 반발을 했던조선선비들과 흡사한 모습이다.펑.......
    나무와 달|2020-01-14 03:36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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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할머니의 뙤창

    할머니의 뙤창 / 문 정할머니댁에서 바라보는 뙤창 세상은 신기했다. 작은 유리를 통과하는 것들은 멋지게 장식되어 어린 마음을 비추었다. 뙤창을 통해 보이는 것들은 모두 신비로웠다. 나무가 초록을 길어올리는 과정은 잭과 콩나무를 보는 듯 했고, 고드름의 짧은 생은 성냥팔이 소녀 같았다. 앞산을 순식간에 점령해버리는 폭설도 뙤창으로 보면 따스하였다. 동화책 같은 뙤창이 있는 할머니댁에 가는 걸 좋아했었다. 할머니가 떠나시고 시골집이 양옥집으로 개조되면서 뙤창은 어릴 적 추억과 함께 소멸했다. 내 얼굴에 난 영구적인 뙤창 두 개. 할머니의 방에 달린 뙤창처럼 따스하지 않다.더더구나 아름다운 풍경들로만 채워.......
    나무와 달|2020-01-12 10:21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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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이상문학상 거부한 꽃 ..김금희

    이상문학상은 문학상 중의 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이 매해 1월을 기다린다.올해는 어떤 인물일까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설가 김금희 작가가 선정됐다. 막 박수를 치려는데...김금희 작가가 꽃다발을 마다했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이유는 저작권을 뺏어 가려는 출판사에게 항의를 한 것이다.상을 줄테니 3년간 저작권은 출판사에게 있다는 것.오래도록 기다렸을 이상문학상을 도로 반납한 작가의 용기가 아름답다.저자에게서 저작권을 뺏겠다는 것은,글은 작가가 썼는데 단물은 출판사가 빨아먹겠다는 뜻이 아닌가. 펜을 든 강도가 따로 없다. 이상문학상을 거부한 김금희 작가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그녀의 책이 활.......
    나무와 달|2020-01-09 12:06 p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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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공개] 1월의 빗방울

    1월의 빗방울 / 문 정1월인데 눈이 아닌 비가 내린다. 밤부터 내린 비는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이불 속 내 마음까지 적신다.창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다보니 우산들이 마치 살아움직이는 미생물 같다. 빨강 노랑 검정 우산들이 단세포처럼 움직인다.오로지 제 몸 하나 감싸며. 눈이 내릴 줄 알았는데 비여서 참 다행이다. 적어도 오토바이 운행을 하는 이들에게는.빗방울이 모였다가 흩어지고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다. 마음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뭉쳤다가 풀렸다가영하였다가 영상이었다가. 내 마음은 이 겨울 끝날 때까지 단세포일 것 같은데다세포 같은 하늘은 얼마나 많은 눈과 비를 만들어낼까.
    나무와 달|2020-01-07 10:23 am|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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